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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위 Aug 23. 2022

이앓이 하는 아기, 사랑니 나는 아빠

이가 아프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아가가 7개월 차로 접어들며 이앓이를 시작했다는 브런치 글을 최근에 쓴 적이 있습니다. 아기가 잠을 잘 못 들고, 분유를 먹는 양도 줄고, 새벽에는 가끔 깨서 큰 소리로 울다가 흐느끼곤 해서 참으로 가엽고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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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최근에 저도 사랑니 부분이 지끈지끈 아파왔습니다. 오른쪽 아래 사랑니를 아직 뽑지 않았는데요, 좀 피곤하고 컨디션이 저하되어서 불편한가 싶어 내버려두었습니다. 잠이 막 들었다가 새벽녘에 너무 아파서 깨서 얼음도 물어보고 타이레놀을 하나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이가 아프니 아가의 이앓이도 얼마나 아플지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어쩌면 제가 아기 이앓이에 조금은 무심했는지 벌을 주려고 갑자기 잘 있던 사랑니가 불쑥 튀어나와 이가 나는 것의 고통을 잊지 말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일직 치과에 갔습니다. 염증이 있으니 바로 이를 뺄 순 없고, 약을 먹으며 염증을 먼저 가라 앉히자고 하십니다.


아가가 다양한 표정을 하면서 이가 불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이 찡찡거리기도 하고요. 저는 아픈 사랑니 부분을 어루만지며 아가를 좀 더 진심 어리게 달래 봅니다. "그래 아가야 이 나는 게 이렇게 아픈 거였지"

아가가 이가 불편하니 당근을 주니 잘 씹으며 가지고 놉니다.

이가 아프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사랑니는 정말 불필요한 건데 왜 나는 걸까, 인간은 이토록 진화가 덜 되었는가', 그리고 제 아내는 사랑니가 네 개가 원래부터 없었는데 '진화한 인간이 틀림없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기의 이앓이를 보자니 유치는 나왔다가 빠지고 또 영구치가 나올 텐데, 그때도 아플 거란 걱정이 듭니다. "왜 처음부터 영구치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그래도 사랑니로 아프면 진통제라도 먹는데, 아가들은 얼마나 유치가 날 때 아플까 하고요. 아이의 아래 앞니가 거의 보이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여겼는데,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이제 시작이라고요. 어금니가 진짜라고요. 사랑니 고통을 느껴보니 어금니가 진짜 일 것 같습니다.


어쩌겠습니다. 고통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걸요. 묵묵히 아기 쪽쪽이 몇 개를 냉동고에 넣고, 이앓이 캔디의 양이 충분한지 등을 살펴보며 오늘의 감정과 느낌을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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