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게

김부각을 좋아하니?

다빈에게

by 바지락

핸드폰을 손에 끼고 다니게 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지현은 습관적으로 기록을 했다. 그게 사진이건 동영상이건 둘다 없다면 글이라도.
장마가 오는 날이 아니어도 식물의 뿌리는 물을 뻘아들이듯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지현의 손에서 카메라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카카오 스토리에서 구글 클라우드까지. 늘 공간이 모자랐던 그에게 더는 기억하지 못하는 계정만 수만 가지였다. 언젠가 누군가는 들어주길 바라며 계속 음반을 발매하는 무명의 인디 가수처럼 지현은 파일 정리를 하지 않고 무작정 동영상을 모았다. 그러다 수틀리면 반년 정도의 파일을 싹 다 지워버리는 식이였다. 그건 지현 나름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고 마치 어질러진 책상 위를 쓸어 버리고 다시 앉는 일이었다.


그 방 안에 물건이 가득 쌓여갈 때쯤 갈증으로 문을 열다가 그만, 제 앉은키만큼 쌓인 종이 무더기에 발등을 베였다.

지현은, 흘러간 추억 같은 건 맘에 들지 않는 말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순간 일 초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흘려 보내는 건 큰 강이나 바다의 일이야.
그는 그가 그저 웅덩이도 되지 않는 전자들의 결합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그는 그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 몇십 년의 기억으로 지현은 안다. 그렇게 열심히 카메라를 들어 봤자 결국 매번 그 기록을 지우는 건 지현이었다.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 픽셀들은 흘러가고 흘러가 버려서 웅덩이가 되기도 전에 증발해 버린다.
지현이 원했던 것은 안정적인 우물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을 길어 마실 수 있게 계속 물을 부었는데, 사실 그가 좋아했던 것은 스콜이었던 것이다.
지현은 기록하는 순간에 심취한다.

지현은 잘 울지 않는다. 버석하다며 친구들은 그를 김부각이라고 부른다. 나름 한달에 한번 이상은 여기저기 작은 소극장 틈새에 끼어보는데도, 길고 긴 후기를 남기고 누구보다 긴 박수를 치지만 손수건은 제 일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나에게만 오롯이 그대로 쏟아내는 사람이구나.


내 옆 소극장의 적막 속에서 흐릿하고 물기 있는 감정을 떨구어대던 너를 보다 생각했어.

그 사만원어치 공연보다 이 순간이 더 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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