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게

작년 새벽 겨울

우리집 금붕어 소라에게

by 바지락

온열동물인 우리는 누구나 온도에 민감하다지만 내 몸은 정말이지 온도계나 다름이 없습니다.
조금만 추워져도 빨갛게 살결이 일어나고 이미 습한 틈새로 사라진 모기에 물린것 마냥 여기저기 부어오르기 시작해요. 특히나 한 해의 반 하고도 조금 더 지나서 맞는 아침의 그 흐름은, 집을 나서며 허파에서부터 깊숙히 끌어올려 뱉어냈던 숨이 금새 하얀 입김으로 날아간다거나 기모 옷 안에 반팔을 입은 내 맨팔에 돋아난 소름을 찬 손으로 비벼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항상 가까운 길을 놔두고 아파트 단지를 한참 돌아가는 길을 고르는 것 또한 그 때문이에요. 사시사철 들려오는 새 소리와 해가 밝아오는 애매한 지점의 빛, 나무의 추운 그림자와 털이 곤두선 고양이 울음소리가 차가운 귓볼을 스치기도 전에 사라집니다. 아마 멈춰서서 여유롭게 그를 듣고 갈 수 있었다면 그냥 넘겼을 게 분명해요. 한데 섞인 미지의 풍경이 주는 감각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찰나의 스침은 감각을 남기고요.

주황빛 해가 따스하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겨울 오후는, 태양의 방향을 바라보기 힘들 만큼 눈이 부셔요.
홍대에서 온 천안의 공업용 아스팔트 향이 납니다. 그 우둘투둘한 돌들 위로 옷이 가득 든 캐리어가 끌리는 소리가 나네요.
길을 지나가다 이 조건들이 우연히 만나면 색 셀로판지 위에 하나하나 겹쳐져 애매한 색이 나타나듯 갑자기 언젠가의 날이 떠오릅니다. 기억이라기보다는 감정에 가까워요. 어디였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섞인 파레트는 희미하지만 물감의 흔적은 선명하듯이요


개구리가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 표면에 스치는 물갈퀴의 가벼움과 말을 꺼내기 직전의 발가락의 떨림.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는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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