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게

신발에게

바다에서

by 바지락


2020.11.14


오늘은 무얼 쓸까 들어맞는 주제를 고르다 마침 바다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여기 도서관에 틀어진 소음기는 자기가 파도라도 되는 줄 아는 양 귓바퀴에서 덜그럭거려요. 소금으로 잔뜩 절여진 공기와 햇빛에 빛나는 물비늘, 자언이는 비오는 날 강은 마치 바다처럼 보인다고 해요. 바다보다는 강이, 그보단 하천이 훨씬 가까웠던 제 인생에서 바다는 너무 넓었습니다.

기껏해야 육교 하나의 폭, 돌들을 건너 해엄치는 송사리들 사이에서 신발 한 짝을 떠나보낸 후에 바다에 갔습니다. 저는 신발을 찾으러, 가족은 일출을 보러요. 사람들이 몰리는 일출 명소보다는 돌이 듬성듬성한 작은 해변을 찾았습니다. 몇 번 물놀이를 간 적도 있었어요. 벌컥, 하고 차 문이 열리는 소리에 담요를 뒤집어쓴 채 내려 모래사장을 뛰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금빛 모래와 어둑한 하늘, 반짝이는 물살과 물고기가 보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이라는 말을 저는 당시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두 자릿수도 못 미치는 조개껍데기가 아름다운 게 무엇이라고 물으면 종이로 만들어진 요술 램프는 황금빛 햇살로 빛나는 바다, 새벽 공기를 담은 나무들이 속삭이는 숲 같이 이야기했으니까요. 겨울 새벽의 바다는 볼이 아렸습니다. 입을 꾹 닫고 목도리 쪽으로 눌러대었기에 턱도 힘들었어요. 습하고 쟁쟁한 열기보다 꽁꽁 언 위에서 얼음썰매를 타던 날의 하천보다도 냉기가 돌았습니다. 따끈하게 예열되어 발바닥을 붙잡던 그 모래사장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바람에 휭휭 날리는 목도리가 영화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요. 오히려 바위에 철렁이는 물의 곡선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습니다. 파도가 돌에 부딛혀 내는 소리와 모래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 나무들의 잎사귀가 맞부딛혀 옅게 채를 걸러내는 소리까지 하나하나 나누어 담아 두고 또 같이 두고 싶어요. 어쩌다보니 일곱번이나 본 영화에서도 제가 담고 싶은 소리는 바람이었어요. 그때 저에게 겨울 바다의 소리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아무도 물에 들어 오지 않아서 파도가 더 커 보이는 걸까요. 바람이 크게 불자 모두 휘청이며 바다 쪽으로 밀려가듯 달려가요. 마주보고 만나 부서지는 파도처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고 싶어요.



(새소년 - 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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