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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an 09. 2019

나는 채워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퉁퉁, 내 영혼에서는 텅 빈 소리가 났다


예전에 봤던 만화책에서 그런 문구를 본 기억이 난다. 마음 속에서 텅 빈 냉장고가 돌아갈 때의 소리가 들린다고.

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아니면 퇴근하는 길에 웃고 떠드는 아이들이 나를 지나갈 때면, 침대에 누워서 해가 밝아오는 걸 지켜보는 주말 새벽 때에, 내게서도 그 텅 빈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든 빈 곳을 채워보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었다. 작은 목표를 세워서 성취해보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내가 읽은 책들을 기록해보거나, 아니면 나보다 불행해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보거나. 그런데 오히려 애쓰면 애쓸 수록 더 힘이 나질 않았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더 불안해지고 나의 마음이, 감정이, 에너지가 손 사이로 흘러나갔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내 마음이 이렇게 비어있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없는데 마음이 말라가기만 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이유를 찾거나 극복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내가 살 것 같았다. 이 텅 빈 소리도 그냥 지금의 내 소리겠거니,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아직 늪에 빠진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젓가락질을 못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처럼 느껴졌지만, 그런 나를 참아주었다.

대신 하나씩 하나씩 나를 위한 일을 했다. 상담을 받고, 조금 귀찮더라도 굳이 걸어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보기 싫어지면 중간에 그냥 나왔다. 엄청 쉬운 피아노곡을 멋부리듯이 이리저리 쳤다. 그것도 질리면 그만 뒀다. 작곡하지도 않을거면서 작사만 엄청 해댔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돌아왔다. 뚜렷한 해결책도 명확한 방법도 없었지만 이제 더 이상 텅 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또 다시 내가 비어버릴 때가 오겠지. 그럼 나는 또 방법을 찾다가 포기하고 또 다른 무력함으로 빠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 그 때의 일이다. 마치 저 때가 이제는 과거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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