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Feb 20. 2017

어디까지 굴러갈 수 있을까

2017년 목표 : 내 인생을 마치 강건너 불구경 하듯 내버려두지 말자

마음 속에 떠다니는 문장들은 많은데 막상 글로 표현하려니 쉽지 않다.

친한 언니가 퇴사 후에 약간 몽롱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몽롱한 상태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점일까? 


'인생학교 - 일'을 읽으면서 내 삶에 일이라는 건 무엇일까 깊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놀라움은 내가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 회사를 위해 맹목적으로 노력했냐 하면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적당히 시니컬한 마음으로 선택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주위에서 이게 맞는 것 같다라고 하면 청개구리처럼 뭐야 다들 저렇게 하네? 나는 그 반대로 가야지, 하고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식. 


내가 왜 이 자리에 와있는 지 스스로도 잘 모르지만, 어쨋든 지금 주어진 일이 있고 + 못 한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일했다. 말 그대로 정말 일을 위한 일을 했고 내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들지 않았었다.

그건 내가 벤처에서 일했을 때도, 심지어 내 스스로 만들어낸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똑같았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경우 잘 해냈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나는 점점 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성취도와 나의 만족도간의 괴리를 느꼈다. 

그런데 별로 이 상황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었다. 왜냐하면 딱히 해결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내가 진로를 결정할 때 나를 가로막는 가장 힘든 도전은 무엇일까 

- 내가 직업을 선택할 때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요소는 어떤 게 있을까

뭐 이런 류의 질문들 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원하는 일을 찾은 사람은 얼마나 있겠어? 그리고 그 일로 밥벌이하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겠어? 그리고, 그런다고 내가 지금과 달리 행복도가 확 달라지겠어? 

20대의 한참동안 시니컬한 생각을 하며 살아오다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리 살아도 비슷, 저리 살아도 비슷한 행복도라면 좀 더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줘도 되지 않을까.

내가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적당한 시간동안 책을 읽고, 남은 시간동안은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그런 삶을 만들어가봐도 좋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내가 하고싶었던 것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언제나 명확했다. 내가 외면해왔을 뿐,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데에 급급했고 그게 더 올바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 뿐.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무엇인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함이나, 즐거움, 혹은 위로,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때로 그건 블로그 글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만든 서비스일 수도 있고, 달력일 수도 있다. 


너무 순진해보여서 오히려 더 입 밖에 꺼내지 않았고, 지금의 삶과 너무 다른 꿈이다보니 부끄러워서 나조차 잊어버리고 싶었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게 내 마음이었다. 

물론 지금 나의 삶은 꿈을 다시 찾았으니까, 이러저러한 단계들을 밟으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와 같은 흐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 성실하게 잘 다니면서 나보다 더 잘 해내는 사람들도 많고, 이런 고민 필요 없이 단호하게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난 대체 왜 이렇게 이리저리 헤매여야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인건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고 대책없이 멈춰있을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속 스스로를 다독인다. 꿈이 없다고, 내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대체 잘 사는 삶이란 뭐냐고 언제나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으려 하고 있구나.

이러니 저러니해도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일테니까 많이 돌아가더라도 나도 다른 사람들도 웃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굴러가면 좋겠다. 데굴데굴 데구르르.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짓누르는 문장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