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동아리에서 체육대회를 열었을 때, 그 체육대회가 열린 초등학교의 교훈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암석(그건 정말 암석 수준이었다.....)에 써있던 교훈은,
'쓸모있는 인간이 되자' 였다.
다시 말하지만, 그 곳은 직업훈련소도 아니고 의식갱생소도 아닌 그저 평범한 초등학교였다.
물론 그 '쓸모'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있을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불 꺼달라는 누나의 말에 투덜거리면서 방 불을 끄는 동생으로서의 '쓸모' 일 수도 있고, "나 사랑해?"하고 천번쯤 물어보고 있는 연인을 향해 떨리는 입꼬리를 잠재우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연인으로서의 '쓸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저기에서 말하는 단어는 그런 쓸모가 아니라는 것을.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효율적으로 / 효과적으로 /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지며 어떻게든 이 사회에 쓸모있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주위의 것들을 쓸모의 잣대로 바라보곤 한다.
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쓸모 있다.
기술을 좀 더 발전시켜서 일하는 시간을 단축 시키는 작업은 쓸모 있다.
낙엽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미술전은 쓸모 있나? 버려진 폐건물에 페인트를 칠해서 도시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쓸모 있는 행동인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는 것은?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정부가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이 옳다고 느껴지는 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삶에 있어 어떠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마치 삶의 최대 목표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무언가를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게 만든다.
나는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멸시 당할 지언정 이 세상 자체는 쓸모 없는 것들을 가치롭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공정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삶이나 가치 자체가 폄하되는 것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