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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y 26. 2019

브라우저에 잔뜩 열어놓은 탭 같은 삶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지금'을 살았던 때가 있었나? 


보통 일을 하다보면 현재보다는 미래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이 프로젝트는 7월에 런칭 가능할까? 그럼 다음 주까지는 서버 연동 작업이 끝나야하고, 그 작업 끝나고 나면 QA진행해야하니까 미리 테스트시트 개요 짜놓고,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얘기했던 스킴은 어디까지 적용 되었을까? 다다음주에 한 번 관련된 팀이랑 미팅 진행해야겠다. 내일 쯤 얘기 한 번 꺼내봐야지..

기획안 업데이트 해야되니까 기획안 탭 열어놓고, 정책서도 초안 잡아두면 좋을 것 같으니까 구글 독스 탭도 열어놓고. 

하는 생각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간은 흘러간다. 내 브라우저의 업무 관련 탭들은 하나 둘 씩 늘어난다. 


그러다가도 메일로 날아온 퍼블리 추천 컨텐츠를 보고, 아 이거 읽어봐야겠다 하고 탭을 띄우고.

에어비앤비 블로그에 새로 올라온 포스트 괜찮은 것 같네, 이따가 읽어야지 하고 또 탭을 열어놓고.

그 와중에 마음이 답답해질때면 슬그머니 크레딧잡, 원티드 탭도 열어놓는다.


나중에 읽어야지,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해야지, 지금은 짬이 안나니까.

하지만 까먹으면 안되니 우선 창은 띄워놓는다. 그렇게 내 브라우저에는 항상 열다섯개가 넘는 탭이 열려있다.


문득 그 생각을 했다. 이렇게 다음 다음 그리고 또 미래를 사는 게 맞는 걸까. 

지금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열어놓은 탭들인데 왜 항상 이후를 기약하게 되는걸까.

어쩌면 평생 이렇게 탭을 쌓아가다가 오늘은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걸까.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고개를 젓다가도 또 나는 탭을 하나 더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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