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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Nov 21. 2019

이직은, 남의 연애 상담과 비슷하다

남 얘기를 들을 땐 문제와 답이 너무 명확하다 


오랜만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첫 회사 다닐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이 퇴사하실 건가요?"

나도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다르다. 그렇게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첫 회사를 퇴사할 때엔 세부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좋은 회사였던 만큼 오래 고민했고, 다시 입사할 수 없을만한 회사였던 만큼 더 갈등했다. 

하지만 내 인생엔 '도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텅 빈 냉장고 같은 마음을 안고 계속 삶을 지속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 회사로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이직은 내게 익숙한 단어는 아니었다. 

첫 퇴사 후 일 년 가까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 + 통계학 공부 +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하면서 다음 회사를 고민했기 때문에, 이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다는 느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성공적인 이직이라는 게 어떤 건지, 간접적으로는 많이 들었고 주위에 경험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직의 타이밍이 오면 나도 잘 해내리라 생각했다. 


정확히 일년 후, 2019년.. 이직만 2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로, 반년동안 퇴사 - 구직 - 입사 - 퇴사 - 구직 - 입사를 반복하게 될 줄 나는 몰랐다. 

그 과정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이직은 남의 연애상담과 비슷하다. 

남의 얘기를 들을 때는 이 연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아주 명쾌한데, 막상 내 연애 이야기가 되면 모든 게 모호하고 어쩐지 이게 문제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해결방법도 없는 것 같다.


나도 남의 이직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게 좋은 판단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그 사람이 그 회사에 기대하는 바가 과연 맞는지 틀렸는지, 또 커리어는 어떤 식으로 가져가는 게 좋을 지에 대한 여러 판단이 가능했다.

근데 막상 내가 이직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니까 판단력이 사라졌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당장 나는 힘든데 이걸 벗어나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게 맞는 지, 커리어가 먼저인지 나의 스트레스가 먼저인지 등등. 

왜냐면 남의 얘기는 남의 얘기이고, 이후의 삶을 감당하는 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적용하는 모든 과정의 힘듬과 괴로움은 모두 나에게로 쏟아지기 때문에, 더더욱 분별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2019년이 오고, 나의 우당탕탕 이직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 다음 편 예고 : 이렇게 이직하지 마세요 (부제 : 나만 몰랐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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