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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r 31. 2018

마치 등떠밀려가듯이 인생을 산다.

당신도 흐르고 있나요? 

이직을 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냐고 누가 물어보면, 공백기간이 1년을 넘어가는 건 내 스스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을 하곤 한다.

사실 이제 슬슬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이 불안감을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순 없었다.


어쩌면 결국 나 답을 못 찾았어 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랬다. 퇴사하면 3개월동안만 행복하고 그 다음부턴 초조하고 모아놓은 돈도 떨어져가서 더 불안해진다고.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난 퇴사하고 나서도 불행했고 마음의 갈피를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제서야 알았던 것이다. 이게 쉽사리 나아질 수 없는 현상이고 나는 어쩌면 평생 이 질척거리는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야할 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자꾸 내 삶의 고삐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그 다른 사람은 때론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기도 하고, 적당한 돈을 지불해주는 회사일 때도 있고, 마냥 내 편이 되어줄 것처럼 느끼는 가족이었던 적도 있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게 느껴지는 연인이었던 적도 있다. 

분명 삶을 살고있는 건 나이고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나이고 나의 감정, 환경, 건강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나인데 나는 마치 누가 등 떠미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질척거리는 마음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분명 내가 선택한 길인데 마치 다른 누군가가 나한테 압박을 넣은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결정한 회사인데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나의 마음을 다쳐가면서 일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 대체 내가 왜 자꾸 남한테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지 그 이유를 좀처럼 알 수 없었다. 


퇴사하고 나서도 한동안 삽질을 반복했다. 아니 내가 퇴사하기로 결정해놓고 앞으로 어찌할 바 몰라한다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고 어이가 없었다. 놀려면 놀던지. 여행을 가려면 가던지. 공부를 하려면 하던지. 나는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내가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 지, 앞으로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깨닫기도 했지만 마치 손으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 마냥 짧고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내가 미웠다. 차라리 남의 말이라도 잘 들을 것이지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해놓곤 어디 나가서 장사 한 번 할 엄두를 못 내면서 입만 살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 상태로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나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억지로 나를 일으켜세워서 회사를 찾은 것과 다름없다. 나는 움직여야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잠시 미워하더라도, 내가 바보같아 보일지라도, 결국 나는 내 삶을 잘 꾸려가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결국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당장은 내가 좀 괴롭더라도 한 번 다시 일을 시작해보자 마음 먹었다. 


그렇게 이직을 했다. 

분명 그건 내 선택이었는데 시간이 좀 흐르고 마음이 힘들어지니 나는 또 남탓을 하려고 하고 있다. 남들이 점점 나에게 관심을 잃을 테니까, 이제 더 이상 나와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으니까 계속 노력해야만 한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도. 


지금의 모든 순간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등 떠민 것처럼 살고 싶지 않다. 

참 성가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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