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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13. 2018

어떤 친절함

잠자코 기다려주는.


연애 초기에 우리는 참 많이 다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우리 사이의 '다툼'을 다루는 법을 몰랐다.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따지고, 분석하고, 해결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믿었는데 정작 문제를 대하는 내 태도는 철저히 이성적이었다. 반면에 아름이는 문제가 생기고 화가 나면 일단 입을 꾹 닫아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연애 초기에 나는, 그런 아름이의 태도가 답 없이 상황을 회피하고 지연시킨다고 오해했다. 그래서 사실 다툼의 원인은 대부분 사소했는데, 오히려 다툼을 다루는 과정에서 더 많은 다툼이 생겨났다. 어느 순간엔, 왜 다퉜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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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서로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화를 대한다는 걸 이해했다. 아름이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려던 게 아니라,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얼마 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게 꼬여버린 서로의 감정을 차근차근 풀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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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친절함은 오히려 무심함의 모습일 때도 있다. 그냥, 이라는 대답에 답답해하며 이유를 캐묻는 대신, 무심하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친절함. 입을 꾹 닫는 일방적인 침묵에 초조해하며 말을 거는 대신, 잠자코 그 침묵의 시간을 함께 기다려주는 친절함. 그리고 그런 종류의 친절함은 서로에 대한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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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일은, 
결국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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