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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14. 2018

발렌타인 데이

너무 달면, 물켠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아름이가 무려 32구짜리 페레로로쉐를 선물해줬다. 초콜릿도 좋아하고 견과류도 좋아하는 내게는 최고의 선물이지만, 이렇게 많은 걸... 하면서 반나절 만에 절반이나 먹어 치웠다. 칼로리 계산해봤더니 거의 800칼로리. 뭐, 어때.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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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씻지도 않고 침대 옆 책상으로 직행해서 수동 타자기 덮개를 열었다. 미리 메모해둔 글을 적으려다가,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랑 관련 있는 걸 적어보려고 이런저런 달달한 문장을 떠올렸다. 공복인데다가 달달한 문장을 떠올리려니 당이 당겼다. 아름이가 준 페레로로쉐를 하나씩, 하나씩 까먹다 보니 어느새 5개. 너무 달아서 물이 켰다. 컵에 따르지도 않고 생수통 채로 벌컥, 벌컥 물을 마신 후에 문득 떠오른 문장. 발렌타인에 관한 그리 달달하지 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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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면 물이 켜는 것처럼, 너무 행복하면 문득 불안해지는 사람 마음. 그건 의무교육 과정에서 배운 '운수 좋은 날'의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달달한 게 좋긴 해도 모든 음식이 달달하기만 할 순 없듯이, 행복하길 바라지만 결코 행복으로만 다 채워질 수만은 없는 게 사람 사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잊히지 않는 환한 행복의 주변엔 어둑한 인내와 고난의 시간들이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남은 페레로로쉐는, 아껴 먹어야겠다. 그래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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