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빈 Feb 26. 2018

틈새

빛도 간절했던 거야

금련산을 오르다 보면 숨을 고를 때마다 평화를 선물하는 장면들이 있다. 청설모가 마른 나뭇잎 위를 뛰어가는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줄기를 쪼는 소리, 나뭇잎을 성대 삼아 내는 바람의 수다, 제멋대로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내려앉는 줄기줄기의 햇살들.
-
내가 좋아하는 이규리 시인의 '공중 무덤'이라는 시에 이런 문장이 있다. '너무 환해서 그 내부는 고열,/ 너무 환해서 그 뒤는 적막, ' 이 문장이 좋아서 한때는 참 오래 곱씹기도 했다. 너무 환한 빛이란 그런 거지. 너무 환해서 바라보기도, 견디기도 힘들고, 그 뒤는 너무 적막이라서 허무한 것.
-
나무 사이, 그 틈새를 비집고 내려온 햇살을 보면서 '저런 빛이라면 바라보기도 좋고, 허무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열도, 적막도 아닌 빛. 하지만 무작정 탁 트인 빛보다 훨씬 간절하게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빛. 보통 사람들의 보람, 행복, 성공 따위가 꼭 저런 식으로 보기 좋았다. 막막한 현실의 틈새를 부지런히도 비집고 빛을 내니까. 그 간절함이 빛을 환하고 따스하게 만든다.

-
#타이퍼 #바트 #typer #bart #빛 #햇살 #금련산 #등산 #이규리 #공중무덤 #시집 #틈새 #에세이 #글귀 #시 #clover707dlx #부경대카페 #경성대카페 #계절의온도



* 페이스북에서 'typer, bart' 페이지를 검색해보세요. 

  페이지 좋아요, 팔로우하시면, 

  수동 타자기로 꾹꾹 눌러쓴 마음과, 글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yperbart/

* 인스타그램에서도 typer, bart를 팔로잉하고,

  매일 업로드하는 사진과 글을, 매일 읽어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typer.bart


작가의 이전글 굳이 사랑을 하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