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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Mar 01. 2018

잔병치레

몸이 아니라 마음을 앓는 일

크게 아팠던 적은 없지만, 자질구레한 잔병치레를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었다.
이를 테면 감기라든가, 감기라든가, 감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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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잔병들은 특히 학교에서 더 심해지곤 해서, 최대한 핼쑥한 얼굴로 조퇴 허락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 나만 빼고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교문을 나서면 새삼 '평일 오후란 이렇게도 평화롭구나' 깨닫곤 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 거짓말처럼 감기 기운이 날아가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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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 시절을 꾀병이라 부르는 대신 잔병치레라고 하는 건, 적어도 학교에선 진짜 아팠기 때문이다. 거짓이 아니었다. 조퇴하고 나서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 시절엔 마음만으로도 아프거나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을 뿐.
사실 잔병치레는 마음을 앓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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