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저 됨을 견디지 못하고
계절이 오는 방식
어쩌면 계절이란 건
저의 저 됨을 견디지 못하고
절기의 기대와 실망을 가득 채우다가
터지고 깨지면서
산산조각 나면서
온 사방에 흩뿌려지면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 내내 차오르던 여름이
봇물 터지듯 넘치며 장마가 오듯이
여름 내내 그 사람 그리워하던 가을이
바람 불면 낙엽으로 나리듯이
가을 내내 참던 겨울이
폭설로 펑펑, 희게 울듯이
어제는 연두색과 노란색
패딩 조끼를 입은 어린 남매가
지하철 기다리는 것을 봤다
겨우내 부풀어 오르던 희망이
기어코 터진 셈이다
산산조각 난 봄의 부스러기들이
지하 몇 십미터까지 흘러들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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