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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pr 09. 2018

4월이 누워 있다.

저 꽃무덤 아래에.

  벚꽃이 만발하면 어김없이 멀리서 비구름이 달려오나 보다. 무슨 시샘이 그리 많은지.


  벚꽃은 그냥 바라봐도 예쁘다. 몽글몽글 저들끼리 뭉쳐있는 모양이 예쁘다. 햇살을 반쯤 머금고, 또 나머지 반쯤 흘려보내는 듯한 보드랍고 투명한 꽃잎이 예쁘고 그 아래에 선 사람들의 눈동자마다 꽃을 피우니 더 예쁘다. 그러나 예쁜 많은 꽃들 가운데 유난히 벚꽃이 예쁜 까닭은 그 단명에 있다. 일찍 목숨이 다할 것을 알기에 사람들이 서둘러 벚꽃놀이를 떠나는 것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보러 가지 뭐'라고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그렇게 벚꽃이 다 지고 나면 봄의 한 마디가 툭, 끊긴 듯 아쉽다. 길가에 소복하게 놓인 벚꽃의 그 많은 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벚꽃은 그 죽음마저도 아름답다. 길마다 길게, 장례 행렬인 듯 꽃잎들이 누워있는데 되려 화사하다. 4월의 햇살 아래, 참 따스하고도 아름다운 장례 행렬이다.


장례


4월

길가에 동그마니

새색시 손톱 같은 꽃잎들이

소복하게 모여 있다

빗자루질도 조심스러웠는지

상한 꽃잎 하나 없이

곱다


지상에서 가장 어여쁜 무덤

그 무덤 아래엔

4월이 누워있다


꽃 진 자리마다  

부의 같은 새순 돋우고

고개 숙여 조문하는 나뭇가지


참 따스한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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