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물어온다.
대놓고 슬픈 장면을 유치하다 여기는 나이가 됐다.
그건 잔인한 일이다.
대놓고 행복한 장면은 시큰둥한 나이가 됐다.
그건 서글픈 일이다.
슬픈 장면보다 슬플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를 울렸다.
행복한 장면보다 행복하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는 장면이 또 나를 울렸다.
눈물은 퍼내는 것이 아니라 차오르는 것.
애써 흔들지 않아도 찰랑이다 넘쳐흐르는 것.
삶이란 게 그렇게 손쓸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다는 걸 실감할 때,
눈물은 삶처럼 속절없이 흘렀다.
갖은 해결책을 익히고도 속수무책을 겪는 일.
비장의 무기를 온몸에 두르고도 무장 해제되고 마는 일.
가끔 삶은 그런 식으로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