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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Oct 15. 2019

늦봄, 새벽 5시

햇살을 닮은 사람

 늦봄, 새벽 5시


목이 말라 좀 이르게 잠에서 깼다. 비척비척 방을 나서니 거실과 주방이 환하다. 이사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거실 창에 커튼을 달지 않았다. 물 마시는 것도 잊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문득 생각이 나 시간을 확인하니 4시 56분. 새벽 5시도 전에 하늘빛이 이렇게나 말갛다. 황령산 능선 뒤로 해가 오르는 중인가 보다. 수십 분 내로 햇귀가 들 것이다. 구름이 유난히 바삐 흐른다. 먼저 일어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촘촘하다. 멀리 차 소리가 잦아진다. 눈곱과 함께 잠 기운을 떼어내고 생각해보니, 벌써 5월도 하순이다. 


저 능선 뒤에서 오르고 있는 아침 해처럼, 온다는 소식만으로도 환한 사람이 있다. 가까워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밤을 몰아내고 잠을 깨우는 사람.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따스하게 밀려오는 사람.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 귀에 익은 발걸음. 그 인기척을 알아챈 뒤, 그 사람이 온다는 확신. 그러면 내 마음에도 꼭 지금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늦봄의 새벽 5시.

말갛게 웃는 낯빛이 그 사람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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