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뒤에서 안아주면,
수필로 두 번째 대학문학상을 받았을 때, 나는 '등, 서로에게 남겨두는 객지'라고 했다. 내 몸의 일부이면서 내 몸이라기엔 너무 먼 등. 거울이 아니면 한 번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등. 우리 몸의 뒷면이 다 그렇다. 서로가 서로의 뒷면을, 그 등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서, 어쩌면 등이 서로에게 남겨두는 객지가 아닐까. 어쩌면 내 몸의 절반은 내 것이 아닌 게 아닐까. 그 수필 이후로 등은 내가 가장 애틋하게 생각하는 신체 부위가 되었고, 종종 등을 소재로 시를 썼다. 예를 들어 이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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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관해 생각한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등에 관해
실재한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등에 관해
등이라는 딱딱한 관념에 관해
아무것도 껴 안을 수 없고
다만 기대어 오는 것들 버티는 것으로
제 몫을 다하는 덤덤한 친절에 관해
잊고 지내도 될 것 같은
그러다, 진통으로 말을 건네는 불친절한 의사소통에 관해
노년이면 기어코 가슴을 다 이겨버린 후,
굽은 등으로 하늘 대신 땅을 보게 하는 잔인함에 관해.
무엇이든 상관 없지만
무엇이든 되어야만 하는
옛 애인의 사망 소식 같은
등이라는 이름에 관해
누가 그에게 등이라고 이름 붙인 걸까
세상의 모든 것들 이름 있고 난 후에
겨우 얻은 이름 같다
서러운 이름 같다
뒤에서 누가 안아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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