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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덕 Nov 12. 2019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제대 탈락

호박이 출생일기 Day 11

회사 퇴근 & 조리원으로 출근했더니 작은 봉투 하나가 있다.


'제대 탈락 축하드립니다'. 처음에 이게 무엇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증명사진 넣는 봉투 같이 생겨서 신생아 사진 촬영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제대 탈락. 제대란 말이 어려운데 사실은 탯줄이라는 뜻이다. 출생 시점에 아빠가 탯줄을 자르는데, 자른 곳부터 아기 배까지의 약간 남은 부분이 떨어지는 것이다. 도베르만의 긴 꼬리를 짧게 하듯이 집게 같은 걸로 집고 말라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게끔 한 것 같다.


호박이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경이로움과 산모의 산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호박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아버님 탯줄 자르세요~ 보이시나요~ 하면서 가위를 준 기억이 났다. 두세 번의 가위질 끝에 탯줄이 끊어졌었다. 누군가는 생곱창을 자르는 기분이다라고 하는데 얼추 비슷하다. 산모교실에서 여러 번 강조하는 부분인데, 탯줄에는 신경이 없어서 잘라도 아기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편하게 자르면 된다고 한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산모와 아기를 연결하는 탯줄, 출산, 그 이후 제대 탈락까지 일련의 과정이 어느새 지나갔다. 물리적으로도 10개월을 같이 있었던 산모와 아기는 분리되었고, 그리고 그 증표로 제대까지 탈락했다.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객체로 보고 존중하고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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