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가 밤낮없이 성장하듯, 조리원도 평일과 주말의 구분 없이 24시간 돌아간다. 다만, 주말의 조리원에는 평소에 집에서 지내던 다른 남편들도 조리원 내에 있기 때문에 뭔가 평일보다 북적거리는 느낌이 난다. 아침에 주는 남편용 무상급식(?) 샌드위치도 금세 떨어진다.
조리원은 쉴틈 없이 바쁘다. 조리원에 들어온 목적이 와이프의 회복과 아기 돌보기 초급 과정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것저것 바쁘다.
아침 6시부터 수유 콜이 들어오고 (새벽에는 분유로 부탁드렸다, 새벽까지 수유했다간 회복이 아니라 몸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유 후 유축기 가동, 7시부터는 아침 식사, 이어서 좌욕, 9시에는 모자동실, 10시에는 마사지 또는 요가 같은 교육, 다시 호박이 수유, 11시는 청소, 12시 점심 등.. 정말 군대 신교대 시절, 훈련병 마냥 쉴 틈 없이 돌아갔다.
* 수유는 3시간마다, 유축기는 4~5시간마다 진행된다. 서로 1시간 내로 일정이 겹칠 때는 수유 먼저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일을 거들 것이 있으면 눈치껏 움직여야 한다. 젖병도 잘 갖고 오고, 유축이 끝나면 다시 신생아실에 가져다주고, 호박이 트림도 잘 시키고, 뭐든지 잘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점심, 저녁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알아서...
출산 전주부터 모든 초점이 와이프의 산부인과 & 조리원 입소 전 먹고 싶은 음식 (특히 매운 것) 먹는 것으로 집중하였고, 출산하고 나서는 따로 밥 먹기 애매해서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구운 고기가 먹고 싶었다. 불에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이, 그리고 구운 김치가... 차마 외식도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미역국만 먹는 와이프 앞에서 고기 타령을 하고 싶진 않았으나, 2주가량 그 좋아하는 고기를 못 먹으니 정말 혼자라도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조리원 맞은편에 있는 삼겹살 집에 점심 느지막한 시간에 들어가서 혼고기를 실천했다.
"손님 뭘로 드릴까요?"
"아저씨 여기 고기 되나요?"
"고깃집인데 당연히 되지요"
꿀맛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았다. 냉동삼겹살도 먹고 싶어 졌다... 빨리 호박이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러 오는 그런 날이 어서 오길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