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마치고 조리원으로 출근하면서 유리창 안에 누워있는 호박이를 본다. 새근새근 잘도 잔다. 어느새 볼에 살이 올라 포동포동하니 보기가 더 좋다. 다행히 태어나서 황달도 없었고, 열이 난다거나 잔병도 없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호박이의 3가지 KPI라고 볼 수 있다. 중간 실적을 집계한다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3.04kg으로 세상에 나와 어느새 3.4kg으로 증량되었다.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신기하게 또는 우연히 내가 조리원에 와서 잠시 와이프랑 이야기하고 씻고 나오면 수유콜이 들어온다. 방문 밖에서부터 호박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애앵~하는 사이렌 소리 같다. 들어와서 이제 투정 부리지 않고 한쪽 15분씩 열심히 드신다. 그러면 이어서 내가 어깨에 머리를 올리고 토닥토닥하면서 트림을 시켰다.
얼굴이 잠깐 붉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울기 직전이란 소리니 빠르게 자세를 바꿨다. 무릎에 엉덩이를 놓고 45도로 몸을 세워서 토닥토닥했다. 그런데 갑자기 요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무언가 기분이 좋은데 이상함을 느끼는 멜랑꼴리 한 모습으로 얼굴에 힘을 줬다. 그와 동시에 내 허벅지가 물컹물컹하게 뜨뜻한 느낌이 났다.
시원하게 싼 거다. 눕히고 기저귀를 열었는데 푸지게 배변하셨다. 부모가 되면 아이의 똥냄새도 향수라고 했던가. 잘 싸서 고맙기도 하고, 냄새가 역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호박이의 배변활동을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이 없게도(?) 호박이의 배변 타이밍과 내가 있는 시간이 겹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