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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덕 Nov 14. 2019

생각보다 힘이 세다

호박이 출생일기 Day 13

속싸개에 꽁꽁 둘러싸여 있는 호박이를 보고 있으면 압박붕대가 생각이 난다. 팔을 하나 감싸고, 다른 팔도 둘러싸서 양팔을 아예 못 움직이게 하고, 다리 부분도 아래쪽을 끌어올려 못 움직이게 몸을 속박한다. 신생아는 본인의 손과 발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라는 모로 반사(Moro reflex)를 겪기 때문이다. 

* 모로 반사는 신생아 반사라고도 하며, 태어나자부터 관찰되고 약 3개월 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속싸개로 꽁꽁 싸매어도 사실 트림시키거나 또는 몇 번을 안고 나면 금세 풀어져서 발을 동동 굴린다. 또 손도 흔들면서 얇디얇은 팔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게 만든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이 얇지만, 호박이의 의지(?), 꼭 팔을 움직여야겠다는 동작, 안겨 있는 상태에서도 발로 밀어내는 것을 보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신생아도 힘이 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목은 가누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속싸개가 얼마나 풀려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얼굴에 긁힌 자국이 있는 것을 보면 꽤 오래 풀려 있었던 것 같다. 본인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긁어 민감한 피부에 붉게 긁거나 피를 낸다.


무릎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으면 양 발로 나를 밀면서 마치 금세 일어날 것만 같은 행동을 많이 한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참 신기하다. 아들이라 힘이 센 거예요 라고 조리원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데 뭔가 아빠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빨리 호박이가 목이라도 가누어서 여러 놀이를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에 회사로 한번 조리원으로 한번 출근하고 있는데, 호박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낸다. 


조리원에서 많이 듣고 배워서 집으로 가야지 이러다가 집에 가서 멘붕 할 것 같아 걱정이다. 산부인과에서는 조리원 가면, 조리원에선 집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 주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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