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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덕 Nov 29. 2019

실전 돌입 1주차

호박이 출생일기 Day 19~24

정말 힘들었다. 불침번을 2명이서 2교대로 계속 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낮에는 정부 지원 산후 도우미를 신청해서 관리사 님이 지원해주셔서 살만한데, 그 외에는 호박이 돌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핸드폰으로 잠깐잠깐 딴짓을 할 수 있을 뿐, 무언가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어려웠다)


6시 이후, 관리사 님이 퇴근하고 나면 와이프와 둘이서 오롯이 호박이를 커버해야 하는데, 초보 엄마 아빠 둘이서 당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리사 님이야 기술(?)이 있으시니 호박이가 울어도 금세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들지만, 우리는 몇십 분이 지나도 말짱 꽝일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는 정말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호박이한테도 미안하고, 여하튼 이런 상황이 짜증 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예민 보스가 되어, 와이프와 티격태격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밤새 수유 + 분유를 혼합수유를 할 때, 와이프가 수유하고 자연스레 내가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데 서로 몸이 지치니 호박이가 울거나 보챌 때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애매한 것이 둘 다 호박이를 위한 마음이 서로 비교할 수 없이 같은 마음인데 상황이 힘들다 보니 생기는 짜증이라 뭔가 화해를 하기보단 한숨 짧게 자고 나면 마음이 풀리는 형식이었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박이는 등에 센서(?)를 달았고, 손에서 떨어지면 울기 시작한다. 결국 울다가 지쳐서 잠드는 것이 반복되고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푹 자야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고, 그리고 분유를 먹이면 잘 게워내는데 좀 자야 위도 자라서 이런 트러블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잠을 잘 때는 천사가 따로 없는데, 이유를 알길 없이 우는 호박이를 볼 때마다 뭔가 지금까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기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4킬로 가까이되는 호박이를 계속 안고서 울음을 그치게 하는 바운스를 출 때면 무릎이 나갈 것만 같고, 손이 저려 오고, 허리가 휘는 것이 느껴지고, 목도 디스크가 튀어나온 것처럼 아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은 되고 있으나, 체력은 방전되고 있어 힘이 많이 든다.



그리고 호박이는 왜 관리사님이 계실 때 응가를 하지 않고, 꼭 신새벽에 응가를 하는지 모르겠다. 트림을 시키려고 허벅지에 호박이를 올려두면 끙하는 소리와 함께 뿌지직 허벅지가 갑자기 뜨거워진다. 엄마 아빠는 대단한 것이 내 새끼니깐 똥도 세밀하게 관찰하고, 손에 묻혀가면서 엉덩이를 조심스레 닦는다. 남의 아이라면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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