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과 연계된 신생아 촬영을 했다. 아직 37일밖에 안된 호박인데, 미리 50일 촬영을 한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100일 촬영은 120일 정도에 한다고 한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
나름 프로필 촬영이니, 호박이의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수유 및 분유 먹일 시간을 잘 조절하여 오동통한 볼살을 유지하게끔 하고, 보기 좋은 우주복도 깨끗하게 입혔다. 외출 준비도 철저하게 보온병에 40도 물을 넣고, 젖병에 미리 3 스푼의 분유도 넣어놓고, 기저귀와 여벌의 옷도 챙겼다. 가재 수건도 충분하게 그리고 혹시나 똥을 쌀지 몰라 물티슈도 새 걸 통쨰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매뉴얼을 수차례 정독하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가며 겨우 설치한 카시트에 호박이를 태우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도착하니 촬영 담당 실장님과 그 조수들이 살갑게 맞이해줬고, 신생아 촬영에 특화된 스튜디오인 만큼 아기침대, 바운서, 기저귀 갈이대 등이 깔끔하게 준비된 방에서 촬영 설명을 들었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듯 또는 어리바리 타는 초보 엄마 아빠를 안심시키기 위해 실내 온도와 습도도 적당하게 맞춰져 있다는 말과 촬영 장비 및 도구 등도 깨끗하게 방금 소독했다고 한다.
각자의 집에서 큰 수고스러움으로 도착하신 소황제들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된 것이다.
정해진 틀(?)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선생님들이 움직이고, 경험이 많으신 만큼 집중도가 없는 신생아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정말 레이싱에서 피트인 하듯이 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딱 딱 딱 신호와 순서에 맞춰서 의상을 갈아 입히고,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맞춰서 고개를 돌리고 발을 오므렸다 펼치고,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호박이의 시선을 유지하신다.
순식간에 3가지 컨셉 촬영을 마쳤다. 호박이도 아마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벌어진 일이라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을 것 같다. 촬영 중에 소변을 살짝 본 것 외에는 큰(?)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쳤다.
신생아들이다 보니 대부분 눈을 감고 자는 모습, 우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사전에 컨디션을 잘 조절한 우리 호박 선수는 울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재밌는 표정들로 프로답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결혼식 사진 찍듯이 어떻게 보면 인생에 몇 안 되는 일인데 돈 좀 쓰지 뭐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상술이 녹아 있는 것을 알지만, 촬영한 것들을 보니 잘 했다라는 생각도 들고 '성장 앨범' 이라는 것도 할까라는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이성적인 판단 아래 100일 또는 돌 사진 둘 중에 하나만 고를 듯하다.
P.S.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고, 옥자동의 뜻은 옥자둥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아는 옥동자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