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가 드디어 목을 가누기 시작했다.
안고 있을 때 행여나 목이 휙휙 돌아갈까 봐 걱정하던 시기가 지났다. 신생아 시절은 돌이켜보자면 정말이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과 같았다. 너무나 불안해서 머리를 받치고 있는 내 손은 항상 땀이 가득 차고, 긴장된 만큼 힘을 주어 호박이도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발달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이를 직접 보니 정말 새롭고 감사하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만 들어도 감사한 게 육아지만, 목을 가누는 것은 뭔가 모르게 곧 기기 시작할 것 같고 걸을 것 같고 뛰어다닐 것 같은 희망찬 시그널로 느껴졌다. 아빠의 마음은 호박이와 빨리 수영장으로 또는 축구공을 들고 놀이터나 운동장으로 나가고 싶다...
본격적으로 목을 가누기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운동을 시켜준다. 평소 사경 때문에 재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고개를 들 때도 잘 들기 싫어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돌려주거나 그 방향에서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노래도 부르고 손뼉도 친다.
기저귀를 갈 때, 조심스레 뒤집어 놓고 양손을 가슴 쪽으로 모아준다.
처음 뒤집었을 때는 호박이가 양손을 어깨넓이 이상으로 벌리고 있었는데 온전히 목을 드는 행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양손을 모아주는 것이 좋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목을 듦과 동시에 다리도 들기 시작한다. 더 지나면 본인 힘으로 뒤집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기저귀 갈이대, 소파 위 역류 쿠션 등 조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한눈파는 사이에 호박이가 힘을 주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파 위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고 호박이 덩치에 지면으로부터 50cm는 사람 키만큼 높은 곳이니 낙상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나 깨나 조심 또 조심해야지..
그리고 목을 가누기 시작하니, 이제는 이런 자세도 가능하다. 세상을 누워서 보던 이가, 똑바로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