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3
유도분만을 통한 자연분만, 제왕절개가 아니면 모두 자연분만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자연분만은 제왕절개에 비해 회복이 더 빠르다고 한다. 보통 자연분만은 3일 입원, 제왕절개는 5일 입원으로 아침 원장님 진료 대기를 할 때 배에 복대를 차고 정말 걷기 힘든 모습으로 있으면 필시 제왕절개 일터이다.
(우리는 4일 입원을 했는데, 3일 차부터는 병원에 입원환자가 준 것을 볼 때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와이프는 회음부 절개 때문에 정말 도넛 모양의 방석, 회음부 방석이 없으면 자리에 앉지를 못한다. 방석을 해도 앉을 때마다 고통을 느끼는 듯하다. 매일 밤 간호사가 방문해서 엉덩이에 주사를 놓고, 매일 3번 알약을 먹고 있다.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지 않은가. 어렸을 때 엄마 손 잡고 비뇨기과를 가서 포경수술을 하고 나서 그 고통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회음부 절개는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군대에서 들었던 화생방, 순간 고통 무한대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아마 이건 꾸준 고통 무한대일 것 같다.
그래도 3일 차가 되어서 그런지 와이프는 조금씩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걷기 시작하니 하루 3끼 + 2번의 간식을 먹어야 하는 강행군에도 소화를 잘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아파서, 둘째 날은 소화가 안돼서 밥을 많이 남겼다. 남긴 밥을 볼 때마다 이걸 빨리 먹어야 빨리 회복할 텐데, 이 맛있는 밥을 조금이라도 더 먹지, 이게 다 한 끼 19,000원을 추가하는 특식인데...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장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이걸 빨리 먹어야 회복한다는 걱정의 마음이다.
회복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3일 차부터는 수유가 눈에 들어온다. 초산 산모는 모유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에 보면 3~4일 차를 이야기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유즙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다. 빈 가슴을 계속 빨고 있는 호박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에 발을 내딛자마자 당하는 첫 번째 사기(?)가 아닐까 싶다. 배가 고파서 울고,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차게 빨아 당겼는데 아무것도 안 나와서 울고... 호박이의 공허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 옆에서 뭔가 태어난 자식에게 부족한 엄마가 되었다고 낙담하고 눈물을 흘리는 와이프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다. 누구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호박이는 배가 고프고 중간에서 나는 시선을 떨굴 수밖에 없다.
회복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면 아마 와이프 입에서 샤워를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픔이 좀 가셔야 머리카락도 가렵고 계속 방을 26도로 유지하는 약간의 더움 속에 난 땀도 씻고 싶고 하니깐 말이다. 간호사에 문의하니 가벼운 샤워는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난 와이프는 한결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행복한 마음, 만족, 배부름 모두 회복에 중요한 포인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