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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덕 Nov 09. 2019

조리원 입성

호박이 출생일기 Day 4

서울에 산부인과가 많지 않다. 믿고 갈만한 전문적이고 원급인 그리고 출산이 24시간 가능한 곳은 대학병원 또는 모처의 산부인과 밖에 없다. 연예인 장금이 님이 출산했다는 XX병원도 문을 닫는 판국이니, 저출산의 여파는 단순히 애기 숫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집에서 그나마 가깝고 믿을 만한 곳으로 병원을 정했다. 처음에는 강을 건너가는 만큼 무지막지만 비용이 걱정되었으나, 주변 선배님들의 말을 들어보니 출산에 드는 비용은 공단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 말만 믿고 좋은 병원을 잡았는데 실제로로 거진 생각한 비용보다 적게 나왔다. (특실 3일, 다인실 1일 + 특식, 영양제 투여 등 병원에서 이야기한 선택진료는 모두 선택했다) 출산 장려를 위한 정부 정책의 힘을 유일하게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병원 생활에 맞춰 일찍 일어나서 진료를 받고, 밥을 챙기고, 수유도 하고 난 다음 금세 가져온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10시에 맞춰 수납을 했고, 조리원에서 제공하는 픽업 서비스로 11시에 이동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Starcraft, 길을 가다 이 차가 지나가면 안에 연예인 누가 타고 있을지 상상을 했다. 명품 조리원인 만큼 픽업 서비스도 화려했다. 난생처음 연예인 VAN를 호박이와 와이프, 조리원 부원장님과 함께 타고 이동을 했다. 겨우 5분도 안되었지만 운전기사님, 부원장님 모두 극진히 친절하시다. 나도 이렇게 느꼈는데, 출산의 주인공 와이프도 매우 만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담, 계약금을 낼 때 딱 2번 방문했었는데, 드디어 실제 입소(?)를 했다. 일하시는 분 모두 친절하게 인사하고 축하를 건네는데 어느 고급 호텔의 호텔리어 이상으로 친절하고 절도 있다. (해외출장이 잦았던 적이 있었기에 호텔 생활을 오래 했다) 들어가자마자 전신을 소독하고 방을 배정받는데, 무료 업그레이드! 로열 방으로 들어왔다. 언제까지 로열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전날 옮겨야 할 때 알려준다고 한다.


대박.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리 집 거실 크기의 2배가량의 방이 있고, 심지어 침대와 응접실 (소파, 리클라이너, 탁자 등)이 분리되어 있다. 화장실도 어마어마하다. TV도 최소 65인치 이상, 공기청정기, 시스템 에어컨, 바운서, 애기 침대, 좌욕기 등등 없는 것이 없다. (나중에 알았지만 S 유축기도 시가 4~500만 원이라고 한다)


무리한 느낌이 들지만, 일생에 몇 번 있겠는가 생각과 출산의 과정을 머리맡에서 제삼자로 참관한 나로서 갖고 있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 좋은 조리원을 택했어야 꼭 들어왔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비용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하며 꼭 여길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성을 높였던 내 과거 모습을 참회하고 싶었다.


역시 로열. 산부인과 신생아실에는 최소 10명 가까이의 신생아가 누워 있었는데, 여긴 5~6명 자리에 실제 아기는 2~3명밖에 없다. 마치 고속버스를 탔는데 옆자리를 모두 비우고 앉은 기분처럼 보는 나도 쾌적해진다.


식사도 산부인과에서 놀라고, 조리원에서 두 번 놀랬다. 첫 식사는 보호자까지 주는데 연어 스테이크가 나왔고 각종 샐러드 등 너무나 맛있었다. 호텔 조식 같은 느낌이 났다. 정갈하게 올려진 호텔 냅킨 위에 수저도 고급져 보인다. 식사도 정갈하게 트레이에 담겨 카트로 밀고 들어오신다. 호텔 룸서비스 콘셉트로 보인다.


출산하느라 고생한 와이프의 지친 몸과 마음을 여기서 충분히 회복했으면 좋겠다. 아직 출소도 하지 않았지만 조리원 끝나면 실전이라는데 지금 누릴 수 있을 때 누리자. 와이프도 호 박이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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