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크덕 Nov 09. 2019

누가 유선 좀 뚫어주세요

호박이 출생일기 Day 5

가슴 마사지, 유축기도 사용하고, 호박이도 열심히 빠는데도 와이프의 유선이 뚫리려면 시간이 걸리나보다. 마사지하면 아로마 향에 부드러운 손 끝 터치가 떠오르는데 조리원의 가슴 마사지는 마치 가슴을 떡메 치듯 짓이긴다고 한다. 통증에 민감한 와이프가 울면서 "아파요"라고 하며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유선을 뚫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가슴 마사지가 강, 유축기가 중, 호박이의 석션이 하라고 볼 수 있다. 포도송이 마냥 가슴에 퍼져 있는 유선을 뚫고, 유도에 있는 구멍을 뚫어야 비로소 초유, 모유가 아기의 부름에 시추될 수 있다. 


호박이의 석션부터 논하자면, 모유 섭취는 호박이의 생존에 가장 직접적인 부분인 만큼 호박이에게 가장 본능적으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지금의 호박이는 먹고, 자고, 싸고가 인생의 전부와 마찬가지다) 그런 본질적인 문제인데, 열심히 빨아도 젖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크게 실망할 것이다. 영악하다. 몇 번 빨더니 금세 얼굴이 불탄 고구마같이 크게 울어 제낀다. 보고 있는 와이프의 마음이 속상하다. 엄마가 안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호박아 너도 같이 노력해줘야 하는데... 이때, 조리원 선생님이 냉정하게 말한다. "아기가 젖을 빠는 것은 젖병을 빠는 것보다 약 60배의 힘이 더 든다네요"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쉬운 일을 하려고 하는 호박이는 나를 닮은 것인가 싶다. 결국 호박이가 몇 번 빨기를 시작하면, 내가 젖병의 분유를 호박이 입 위로 한 방울씩 떨어뜨리면서 노력한 호박이에게 약소한 보상을 하고 있다. 


유축기, 어제도 말했지만 위대한 물건이다. 가슴에 찬 모유를 빼내야 젖몸살이 생기지 않는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유축기를 활용해서 빼주고, 이를 젖병에 담아 저장한다. 원시인이 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진보했듯 유축기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몸풀기로 2분씩 양쪽 2회 리듬을 태워주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2~3분씩 번갈아가면서 총 20분을 유축한다. 펌프질 하듯 또는 부황을 뜨듯 리듬에 맞춰 쭈욱 빨아 당긴다. 유선이 뚫리기 까지 젖병 위 반창고에 일자/시간/이름/X 표시를 하는 와이프가 안쓰럽다. 본인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2주가 지나가는 다른 산모들이 들고 가는 젖병에는 당당하게 XXX ml 가 적혀 있다)


호박이도 엄마가 고생하고 있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 외에도 자식에게 무언가 부족한 엄마가 된 것 같다는 죄책감은 정말 이야기를 하다가도 사람을 울리게 만든다. 내일이면 뚫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파이팅, 내일도 파이팅, 새벽에도 파이팅 우리 호박이 엄마!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