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90s
신생아 시기부터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밤에 일어날 수 있는 질식의 위험이다. 아기 침대에서 재우기 때문에 어른 이불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할 일은 없는데 팔불출 아빠의 마음에서 혹시나 애가 내가 자는 사이에 뒤집기를 했다가 힘이 빠져 다시 못 돌리면 어떻게 되지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했다.
호박이는 평소에 사경 치료 (근성 사경, 생후 3주부터 계속 치료 중) 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강북삼성병원의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가서 마사지 및 운동을 하면서 몸으로 노는 법을 일찍 깨우친 덕인지 평소에 안고 있으면 발로 차는 일도 많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특히, 목 가누기 운동 덕인지 몰라도 일찍이 목을 가누기 시작했고 가끔씩 뒤집어 놓고 목에 힘주는 연습도 시킨다.
이 날 매트 위에서 호박이가 용을 썼다. 처음에는 배변활동 때문에 용을 쓰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온몸을 사력을 다해서 베베 꼬우는 모습을 보고 혹시 뒤집기를 벌써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무거운 머리 덕에 불가능한 모습이다. 팔, 다리, 몸통은 넘어가는데 이 놈의 머리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6kg이 넘었는데 아마 머리가 절반은 될 것 같은 무게다. 머리가 작은 편인데 치밀하게 밀도 높게 중량이 나간다.
* 뒤집기, 되집기
- 뒤집기: 똑바로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게끔 몸을 뒤집는 행동 (4~6개월)
- 되집기: 뒤집어 높은 상태, 바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보고 눕게끔 몸을 뒤집는 행동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뒤집은 상태에서 목을 가누는 연습을 하다, 어느새 되집기부터 먼저 하고 있는 호박이의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면서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워서 끙하는 소리를 낼 때 대견한 맘이 들었다. 뭔가 나름 큰 일, 큰 힘이 드는 일을 마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 그래도 건강하고 힘차게 잘 자라고 있어서 항상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다. 좋은 운동신경을 갖고 있는 만큼 빨리 사경치료도 성공적으로 마쳐서 병원에 그만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