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호박이의 100일 잔치가 다가왔다. 별일 없이 100일 동안 잘 자라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비록 근성 사경이 발견되어 매주 강북삼성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겉보기에는 잘 웃고 몸무게도 잘 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간 고생한 호박이 엄마와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잠 못 자는 수도 없는 날을 보냈고, 특히 호박이 엄마는 매주 호박이를 대학병원까지 데려가서 재활치료를 받게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Special thanks to 느낌으로 감사한 분들을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에게 아기 옷 등 선물을 받기도 하고, 육아 선배님들이 감사하게도 풀세트를 지원해줘서 부족함 없이 호박이를 키울 수 있었다. 당근마켓으로 만나 뵌 동네 횐~님덜한테도 한없이 감사하다. 타이니러브 모델을 1만 원에 업어온 적도 있으니..ㅎㅎ
100일이 되었다는 의미는 아이가 이제는 그래도 컸으니 바깥출입을 할 정도라고 함과 임신부터 지금까지 1년이 지났다는 것도 있다. 1년 간 호박이 엄마의 몸의 변화는 옆에서 봐온 나지만 너무나 경이롭고 무섭기도 하고 항상 괜찮으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100일 상차림과 신난 호박이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서, 100일 잔치를 하는데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100일 상차림 세트를 신청하고 조촐하게 집에서 셀프로 준비하고 셀프로 사진을 찍는 것이 대세란다. 너무 맘에 드는 변화다. 결혼식부터 허례허식과 단 하루뿐인데 이걸 못해라는 가치의 비등가 교환이 일어나는 상술의 현장을 바라본 경험상 조촐하고 직접 준비해서 의미도 있는 이런 셀프 100일 잔치가 제격인 것 같다.
'고이 테이블'이라는 전문 업체에서 포토 후기를 보며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의 블루기와 세트로 정했고, 얼굴이 하얀 호박이를 생각해서 푸른색이 들어간 한복도 대여를 신청했다. 큰 이사 박스 2개에 걸쳐 모든 준비물이 왔는데 동봉한 설명서와 사진으로 무리 없이 세팅할 수 있었다. 예산은 상차림에 15만 원 정도가 들었다. 집 벽지가 모두 하얀색이고, 남서향으로 햇볕이 잘 들어 별도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다. 테이블도 집에서 쓰는 식탁으로 했는데 전혀 비좁지 않았다.
100일 떡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동네 떡집은 반말(?)이 기본이라 마치 아파트 한 라인 전체를 돌면서 떡을 나눠줘야 할 만큼의 양 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100일 떡 전문으로 하는 곳, 은하수케이크를 찾았고 원하는 숫자만큼만 깔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남은 것은 호박이의 당일 컨디션이었는데 고맙게도 전날 얼굴도 많이 긁지 않았고 잠도 충분히 자고 밥도 잘 먹어서 사진 촬영하는 동안 울거나 졸지 않았다. 아침까지 마음 졸였다. 혹시나 볼에 길게 손톱자국이 나서 사진 찍을 때 마음 아프게 나올까봐..
100일 상차림과 떡
오전부터 호박이 엄마는 떡을 찾으러 용산까지 갔고, 나는 그 사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 천장에 종이 등을 달고 족자를 설치했다. 생각보다 고급진 아이템들이라 구겨질까 봐 고이고이 조심스럽게 설치했다. 또한 부산에서 부모님이 호박이 100일 잔치 참석을 위해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고, 은퇴 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작은 이모는 카메라를 들고 와 세팅했다. (이 날 작은 이모가 찍은 스냅사진만 600장이다)
호박이를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가족들의 면면이 사진에 담기고 오늘의 주인공 호박이의 신이 난 얼굴도 빠짐없이 담겼다. 그리고 부산에서 올라온 부모님한테 어김없이 뒤집기 쇼로 즐거운 공연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