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140s
요즘따라 호박이의 오열이 많아졌다고 느낄 찰나 이가 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잠투정으로 매일 저녁 7~8시 사이 오열하던 호박이었는데, 낮에도 갑자기 오열을 하고 새벽에도 잠에서 깨어나 오열하고 대환장 파티였다.
그러던 찰나 아랫니가 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 손을 물면 딱딱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자라났다. 얼마나 가려울까... 내 기억에도 영구치가 날 때 느꼈던 가려움이 있는데, 말도 못 하는 호박이한테 얼마나 가렵고 짜증 나는 일일지 모르겠다.
국민 치발기라고 불리는 잼잼몬스터도 영입하여 입에 물려줬더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1시간 내내 입에서 놓칠 않았다. 그만큼 가려웠던 것이 해소가 되지 않았었나 보다. (모든 장난감의 운명과 동일하게 치발기도 1시간 지나니 시들해지긴 했다)
이제는 한 번에 200ml 분유도 꿀꺽하는 큰 아기가 되었는데, 4개월이 된 만큼 엄마 주도 이유식이 시작되었다. 찹쌀가루로 만드는 미음인데, 와이프가 이것저것 책도 사고 공부도 많이 해서 스케줄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이게 무슨 맛일까 싶을 정도로 밍밍한 미음이다. 이걸 한 숟가락씩 조심스레 떠서 호박이 입 안으로 넣는데, 호박이는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숟가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고개도 계속해서 위를 쳐다보게끔 할 수 없어 결국 좌우, 아래로 고개를 내리는데 그러면 정성스레 나른 미음의 절반이 흘러내린다. 처음 분유를 먹일 때 남긴 것이 아까웠던 것처럼 절반가량 수건으로 흡수되는 이유식을 보자니 안타깝다.
겨우 20~30ml를 먹이려고 호박이와 끈질긴 실랑이를 하는 와이프를 보면 호박이가 악당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숟가락을 잡고 놓아주질 않아 내가 힘을 쓸 수도 없고 계속 호박이 이름만 외치고 있는데 참 앞으로 어떻게 잘 먹이지라는 걱정도 든다. 이유식 초기인 만큼 맛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니, 앞으로 채소, 소고기까지 차츰차츰 업그레이드되고, 그 이후에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과일 먹는 날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예전에 돌아다니던 짤로 생애 첫 바나나라는 아기 사진이 있었는데, 처음 느끼는 단맛에 눈이 정말 왕방을 만큼 커진 것이었다. 꼭 호박이도 첫 바나나에 나도 자리하여 동영상으로 남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