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부터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라는 이야기를 와이프와 자주 했다. 와이프는 본인 이름이 한글 이름이라 한글 이름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고, 호박이도 한글 이름이었으면 하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래도 대부분의 관공서 또는 회사 양식 내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있으니 한자 뜻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입장 차이는 임신 중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건강하게 출산하고 그때 결정하자고 넘어갔다.
이제 호박이가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고, 출생신고를 위해서라도 이름을 정해야 했다. 똑같은 입장 차이가 벌어졌지만 이번엔 양가 부모님의 의견도 들어왔다. 어르신들은 당연히 한자 뜻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결론적으로 한글 이름처럼 보이나, 한자 뜻도 있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출산과 조리원을 거치면서 양 가에서 지원해주시는 부분들도 적잖이(?) 있기 때문에 마치 지분이 늘어난 상태처럼 느껴진다.
자 그럼 한자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가 문제인데, 네이버 한자사전을 통해 좋은 뜻은 다 긁어모으고 그중에서 뜻을 합성했다. 본래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이름을 이렇게 지으면 안 되고, 성명학에 기반하여 음양오행과 한자의 부수 등을 따져서 좋은 이름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성명학에 대해 알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작명소를 가서 짓기도 싫어서 엄마와 아빠가 직접 뜻을 정해주는데 의의를 갖기로 했다. (앱 스토어에 들어가서 이름 짓기로 검색하면 많은 유/무료 작명 어플이 나온다. 이 중에 몇 개는 무료라서 이름과 한자를 선택하면 대략적으로 좋은/나쁜 이름을 알려준다. 이번에 지은 호박이 이름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명 어플에 넣어봤는데 좋다/나쁘다가 반반씩 나와서 용기 있게 그대로 쓰기로 했다)
한 가지 직접 이름을 지을 때, 변수가 대법원 인명용 한자 사전이었다. 한자 이름은 대법원에서 정한 인명용 한자 내에서 짓도록 정해져 있다. 참고로 네이버 한자 사전에 나와 있는 대법원 인명용 한자 사전은 업데이트가 안되었는지, 실제 등록이 되어 있으나,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미등록 한자로 나오기도 한다.
출생증명서를 산부인과에서 발급받을 때, 온라인 출생신고에 대해 동의하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이때 체크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데, 노트 PC(공인인증서 필요)를 조리원에 챙겨 왔기 때문에 쉽게 처리가 가능했다. 출생신고를 하면 1~2일 내 수리되고, 실제 주민등록번호 발급까지는 7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호박이가 등록된 등본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진정한 가족이 되는 기쁨이 곧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