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본격적인 여름 여행 시즌이 돌아왔다. COVID-19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 여행이라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듯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긴 장마 시즌엔 날씨가 좋은 날을 정해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오늘은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좋을 부산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전포동은 연인과의 데이트코스로도 손색 없다. 서면과 전포는 부산의 중심지로 부산 사람들도 주말이면 자주 방문하는 동네다. 바다는 없지만 볼만한 전시와 맛있는 카페, 감각적인 소품샵이 있다.
이번 여행은 요시고(Yosigo)의 전시로 시작했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의 사진가로 감각적인 여행 사진으로 유명해져 최근 한국에서 인지도를 크게 올렸다. 서울에서 열린 전시는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릴 정도로 붐볐는데, 이번 여름에 부산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이번에 부산에서 열리는 <요시고 사진전 부산 :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혼자서 조용히 관람해도 좋지만 연인과 함께 데이트 코스로 방문하기 좋은 전시다. 바로 전시장 내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요시고의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애정이 드러난다.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여행을 하며 매번 색다른 피사체를 탐구하다 보니 실제로 여행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아내와 나는 지난 여행을 추억하며 사진을 감상했는데, 작품을 보며 소통할 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자신의 작품으로 관객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전시관은 여행지 혹은 주제에 맞춰 구성을 나눴다. 특히 두바이에서 찍은 사진을 전시한 장소는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슬리퍼를 신고 오면 조금 힘들 수 있다.
요시고 전시의 마무리는 굿즈 쇼핑이다. 방에 걸어두는 포스터부터 작은 엽서로 활용하면 좋은 사진이 많다. 굿즈샵은 전시관보다 인기가 많을 정도다. 인기 있는 제품은 빠르게 소진되지만 재고가 넉넉한 편이다. 여행지에서 작은 소품을 사듯 기념으로 엽서나 마그네틱을 사보면 어떨까.
전시는 KT&G 상상마당 부산 5층에서 9월 3일까지 열린다. 휴관일은 없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료는 15,000원이다.
- 이용시간 : 10:00-19:00 연중무휴
-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39 7층
- 문의 : 070-8893-0910
오전에 요시고 전시를 봤다면 아마 배가 고파질 시간이 되었을 것. 전포로 이동해 점심을 먹을 차례다. 추천하고 싶은 맛집은 스테레오타입 오브 부산. 새우를 활용한 이탈리아 요리가 맛있는 식당이다.
테이블이 적고 가게가 협소해서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다. 보통 평일 점심에는 웨이팅이 없이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
목재와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준다. 예쁘게 꾸민 단독주택에 집들이를 온 기분이다.
음식은 파스타를 위주로 주문할 수 있는데, 나는 메인 디시인 파스타와 샌드위치, 그리고 한치 튀김을 주문했다. 메뉴가 모두 깔끔하게 플레이팅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 좋다. 맛은 자극적이지 않다. 토마토와 새우의 향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 이용시간 : 11:30-21:00 화요일 휴무 /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서자로 46번 길 64
- 문의 : 0507-1424-5678
밥을 먹었다면 카페인을 충전하러 갈 차례다. 식사 후 카페는 데이트 코스의 정석이니 반대로 동선을 짜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전포동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카페거리다. 개성 있는 공간부터 퀄리티가 좋은 필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오늘 소개할 카페는 나이브 브류어스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브류잉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카페다. 원두가 시즌마다 달라지며, 필터 커피에 진심인 커피 전문가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부산에서 커피 투어를 하면 빠질 수 없는 곳으로, 커피 맛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스페셜티를 소개하는 카페는 다소 진입 장벽이 있는데, 이는 라이트 로스팅 특유의 산미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를 쓴맛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생두를 약하게 볶아 개성을 강조한 커피는 쓴맛보다는 시큼한 과일의 향미가 특징이다. 이러한 산미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나이브 브류어스의 커피를 통해 산미의 긍정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도 카페의 개성과 잘 어울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연인과 함께 방문하여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공간이었다. 편안한 의자나 깔끔한 커피 테이블은 없지만 작은 가게 안에 가득 찬 커피의 향기와 좋은 음악이 공간에 설득력을 준다.
- 이용시간 : 11:30-22:00 연중무휴
-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전포 대로 186번 길 37
- 문의 : 010-3856-5309
전포에는 소품샵이 많다. 작은 식물과 함께 요리 도구를 판매하는 소품샵부터 아기자기한 인형을 파는 빈티지 소품샵까지 다양하다. 나와 취향이 맞는다면 엽서를 판매하는 소품샵인 포셋을 추천하고 싶다. 연희동에 위치한 포셋의 부산점으로 오래된 상점가 2층에 있다.
처음에는 장소가 의아할 수 있다. 포셋은 전포동의 기계 부속 골목에 있는데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거리도 아닐뿐더러 잘 노출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감각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복도식 상가의 2층을 활용해 넓은 공간을 구성했고 박물관처럼 엽서를 전시했다.
사진, 엽서, 짧은 글귀를 좋아한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다. 잘 정리된 엽서와 종이가 마음에 여유를 준다. 구매한 엽서를 바로 작성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엽서를 즐기는 기쁨을 오래 누릴 수 있다.
너무 밝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조명과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의 서점이 떠오른다. 엽서를 구매할 계획이 없더라도 사진과 그림을 감상하듯 구경하다 엽서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이용시간 : 12:00-20:00 월요일 휴무
-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223번길 20 C동 202호
- 문의 : 0507-1317-8836
요시고 전시나 포셋, 스페셜티 커피처럼 서울을 가지 않더라도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가 많다. 광안리나 해운대처럼 유명한 해변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당일치기 데이트라면 전포동에서 다양한 트렌드와 취향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과 함께라면 더 즐거운 데이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