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토박이 PICK 카페 추천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하는 내게 커피는 중요한 일상이다. 쉬는 틈에 가볍게 마시는 날도 있고, 하루 종일 글을 보면서 마시는 날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커피도 달라진다. 오래 앉아 커피를 마신다면 얼음을 가득 채워 연하게 즐기지만, 디저트와 함께 마신다면 따뜻한 커피를 선호한다. 단지 카페인으로 졸음을 떨쳐내거나 목을 축이는 음료라고 말하기엔 커피는 내 일상과 가까이 얽혀있다.
커피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커피의 분야는 스펙트럼도 넓고, 집 앞에만 나가도 카페가 즐비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커피를 시도하는 편이다. 특히 누군가를 만나는 날은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도전하곤 한다. 서로 다른 음료를 주문하는 건 암묵적인 룰이다. 식당에 가서도 똑같지 않나.
오늘은 대구에서 가볼 만한 카페 몇 군데를 소개할까 한다. 대구에는 좋은 카페가 많지만, 최근 내 취향에 들어맞았고 여러 번 방문하게 된 카페들을 모았다. 현지인이자 대구 토박이인 필자가 평소에 다니는 곳이니 믿어도 좋다.
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검붉고 쓴맛이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디테일한 향과 맛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카페에서 매일 사용하는 원두는 일종의 ‘캐릭터성’을 지닌다. 몇몇 카페가 압착식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대신 손이 많이 가는 브루잉을 선택하는 이유도 원두 본연의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브루쓰 커피’는 대구를 방문한 여행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카페다. 동대구역에 내리자마자 도보로 10분만 걸으면 만나볼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브루잉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즐겨보자.
브루잉에 사용하는 원두는 강하게 볶지 않고 생두의 향을 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짧고 좋은 원두가 아니면 혀와 코를 즐겁게 하는 커피향을 기대하긴 어렵다.
브루쓰 커피는 이런 원두의 장점을 살려 차(tea)처럼 향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를 지향한다. 여러 잔 마셔도 거부감이 없어서 연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원두의 개성과 향을 즐기기에 알맞다.
또 다른 대표 메뉴로는 브루쓰라떼가 있다. 핸드드립이 원두에 집중한 메뉴라면 라떼는 카페의 개성을 살린 메뉴다. 얼음을 띄운 아몬드라떼 위에 아몬드 크림이 올라간 음료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정한 맛이 나서 인상적이었다. 크림의 달콤함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커피의 강한 맛을 잡아주면서 향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 이용시간 : 화-일 12:00-22:00
- 주소 : 대구 동구 동부로34길 10
- 문의 : 0507-1308-0798
서소는 상가 건물 3층의 작은 카페다. 자리가 많지 않고 최대 3인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어느 시간대에 방문해도 혼자 와서 책을 읽는 손님이 있다. 나도 가끔 책을 읽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책 읽는 귀중한 시간을 이곳에서 사용한다. 이 말이 서소를 설명하는 솔직한 소개이자 여러 번 방문하는 이유다.
서소는 사실 공간 자체가 그리 좁지는 않은데, 책장과 음향기기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면적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한 팀의 손님을 더 받기보다 책과 음악으로 무언의 소통을 이루고 싶은 카페 주인의 마음이 아닐까.
책장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래된 책과 각종 커피 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조용한 카페와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방문해 보자. 아, 그리고 2인 이상 방문할 계획이라면 작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 서소의 에티켓을 존중하길 바란다.
- 이용시간 : 월-목 13:30-21:30 / 금, 토 12:00-21:00
- 주소 : 대구 중구 명륜로23길 73 3층
대구 중앙로에는 오래도록 인기 있는 카페가 있다. 코러스 커피는 빈티지한 카페가 유행하기 전부터 대기 인원이 있을 정도로 대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빈티지한 잔에 담긴 커피와 오래된 바이닐, 밤이 되면 촛불과 칵테일을 파는 이곳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코러스 커피에서 옛날 할머니 집을 떠올린다. 할머니 집은 시골이 아닌 대구 시내의 주택이었다. 그곳에는 나무로 된 테이블과 아끼던 화분, 읽던 잡지 등이 가득한 거실이 있었다. 카페 사장님이야 우리 할머니를 모르겠지만,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카페 곳곳에 녹아 있다.
저녁 시간대라면 종종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예약을 걸어두고 시내를 구경하다 보면 금방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카페를 이용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이용시간 :12:00-22:20 (화요일 휴무)
- 주소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625 공주당 2층
- 문의 : 0507-1303-4236
최근 몇 년 전부터 미드 센추리 인테리어가 유행이다. 특히 오리지널 미드 센추리 의자와 조명을 활용해 빈티지한 감성을 보여주는 카페가 생겨났다. ‘Less, but Better’이라는 말처럼, 화려하지 않고 가득 채우지 않아도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플라츠 커피의 모든 가구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세월을 견뎌낸 자국과 흠. 미드 센추리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의자의 윤곽과 녹, 갈라짐을 보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플라츠 커피에서는 산미가 풍부한 필터 커피를 추천한다. 다른 메뉴도 맛있지만, 미니멀한 박물관이 생각나는 이곳에서는 따뜻하고 고소한 라떼보다 차갑고 혀를 찌르는 아이스커피가 잘 어울린다.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멋진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믿는다.
카페의 가구는 미술관처럼 주기적으로 변화를 준다. 가끔 카페에서 사용했던 가구를 빈티지로 판매하고 있으니 @default_haus에서 마음에 드는 가구가 올라온다면 관심을 가져보자. 또한, 공간을 더 프라이빗하게 이용하고 싶다면 대관도 가능하다.
- 이용시간 : 매일 12:00-22:20 (수요일 휴무)
- 주소 : 대구 중구 동덕로26길 102-6 2층
- 문의 : 070-8887-1504
나는 카페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정하곤 한다. 여행이 내게 주는 즐거움은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지만, 커피는 매일 마시면서 하루도 질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글을 쓰는 지금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