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첫 유럽 여행은 낯설고 설레지만 그만큼 두려운 마음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가까운 동남아나 일본처럼 단기 여행이 아닌 최소 일주일 이상 여행하기 때문에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할 것이다.
오늘은 처음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을 위해 유럽 여행 준비물을 소개한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은근히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가 생긴다. 매번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도 없고 빵만 먹기에도 위가 부담스럽다. 특히 유럽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장 먼저 한식을 찾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여분의 한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
가장 추천하는 한식으로는 컵라면이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조리할 수 있고, 매운맛이 그리울 때 확실하게 입맛을 달랠 수 있다.
요즘에는 유럽에서 컵라면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대도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캐리어의 부피를 생각하면 햇반이나 캔 참치를 몇 개 챙겨 가는 것도 추천한다.
사실 컵라면보다 더 중요한 건 젓가락이다. 유럽 여행 중에는 젓가락을 쉽게 구할 수 없다. 한식이 있어도 포크로 먹는 것도 젓가락으로 먹는 건 차원이 다르니 꼭 일회용 젓가락을 몇 개 챙겨 가도록 하자.
한식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구매한 음식을 먹을 때도 훨씬 편하니 반드시 필요할 때가 온다.
유럽 대부분의 호텔이나 숙박 시설은 객실 안에서도 신발을 착용한다. 집에 들어오면 신발부터 벗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다르다.
이 점 때문에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올 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축축하게 젖은 맨발이 더러운 바닥에 닿는 상상을 해보자.
따라서 일회용 혹은 가벼운 슬리퍼를 하나 챙겨가면 좋다.
욕실이나 야외에서 사용할 만한 고무 재질의 슬리퍼보다는 집안에서 사용하는 천 재질의 슬리퍼를 추천한다.
일단 가벼워서 캐리어 무게에 부담을 주지도 않고 부피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가끔 슬리퍼를 제공하는 숙소도 있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거실 슬리퍼 하나는 꼭 챙기자.
낯선 여행지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소매치기다. 국내에서는 소매치기를 걱정할 일이 별로 없지만 유럽은 아직도 소매치기나 강매 등이 만연한 게 현실이다. 유명한 관광지일수록 여행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 범죄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행을 하면서 늘 긴장하고 다닐 수는 없기에 최선의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게 상책이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은 가방용 자물쇠다. 보통 캐리어에 설치하곤 하는데, 손에서 먼 캐리어는 기본이고 어깨에 메는 가방에도 설치하는 게 좋다.
소매치기들의 수법은 말을 걸거나 신체를 접촉한 뒤 주의를 끌고 소지품을 훔쳐 가기 때문에 애초에 소매치기가 불가능하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자물쇠가 설치된 짐은 잠시 바닥에 두거나 자리를 비워도 도난당할 확률이 줄어드니 꼭 참고하자.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은 휴대폰 도난방지 스트랩이다. 사실 많은 소지품 중 무엇보다 비싸고 중요한 물건은 휴대폰이다.
게다가 휴대폰은 길을 찾거나 번역기를 사용하는 등 여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물건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안전하게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다면 바지나 손목 등에 걸 수 있는 스프링 재질의 스트랩을 추천한다.
유럽의 일부 나라는 우리나라와 전압 사용이 다르다. 그래서 휴대폰 충전기나 노트북, 고데기 등을 사용하기 위해 전압을 변환해 주는 어댑터가 필수다.
흔히 ‘돼지코’라고 부르는 변압 어댑터보다는 다양한 콘센트에도 사용이 가능한 어댑터를 준비하는 게 좋다.
현지에서도 구매할 수는 있지만 비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준비하도록 하자.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여행의 시작은 ‘공항 내 유심 구매’일 정도로 현지에서 심카드를 구매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필요한 국가, 일정, 데이터 용량에 맞춰 미리 이심을 구매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심은 구매 후 큐알코드로 발송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분실 걱정이 없다. 심카드의 경우 기존의 심카드를 분실하거나 불량품 등 이슈가 생길 수 있지만, eSIM은 사용이 편리한 데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
게다가 남은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KKday에서 구매 시 다양한 옵션에 저렴한 가격으로 eSIM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준비하자. 유럽은 생각보다 현금보단 카드를 사용할 일이 많고 카드가 보관이나 휴대도 편리하다.
수수료를 생각한다면 트래블월렛이나 트래블로그 등 수수료가 거의 없는 결제 수단을 준비하면 좋다.
환전은 유럽 현지가 아닌 공항이나 주변 은행에서 준비하도록 하자. 현금을 사용할 만한 상황은 유료 화장실이나 레스토랑의 팁 정도가 전부이니 최소한의 유로만 환전해도 괜찮다.
그래도 다른 나라의 화폐를 사용하는 일은 여행의 낯설고 설레는 경험 중 하나이니 화폐별로 적당히 환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유럽을 며칠 여행하다 보면 머리가 푸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유럽의 물, 즉 석회수로 머리를 감았기 때문이다.
석회수가 오염된 물은 아니지만 머릿결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하면 샤워기에 필터부터 설치해야 한다.
여행용 샤워기 필터는 일회용이지만 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숙소를 옮기거나 3-4일에 한 번씩 교체하면 석회질을 걸러낼 수 있다. 머리가 비교적 짧은 남성이라면 헤어 스타일링에 석회수가 치명적이니 반드시 챙겨 가도록 하자.
이외에도 유럽 여행에 챙겨 갈만한 물건이 있으나, 긴 여행을 준비할 때는 '꼭 필요한가?' 보다 '캐리어에 부담을 주는가?'를 더 고려 해야 한다. 캐리어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심지어 현지에서 선물이나 기념품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니 캐리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거나 유럽 현지에서 사용하고 소진하는 물품 위주로 챙겨 가도록 하자. 이 점만 기억한다면 유럽 여행 준비는 한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