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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케이데이 KKday Oct 18. 2022

나만 몰랐던 요즘 핫한 성수동 카페

커피와 공간을 사랑하는 에디터 zoon이다. 대림창고, 어니언 등 대형 카페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성수동의 변화는 더없이 흥행인 한국 카페 시장에 어느덧 굵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상점들 사이 오랜 기간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름을 추구해야 한다. 음료와 음식의 맛은 기본이 돼야 하며 그 이상의 다른 것들로 채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성수동 일대 카페의 기준치를 높여놨으며 상점들의 상향 평준화를 불러일으켰다. 소비자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지만 새롭게 생기는 상점만큼이나 폐점하는 상점들이 많은 걸 볼 때면 안타까움이 들기도. 


카페는 이제 더 이상 음료를 마시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인테리어, 가구, 조명, 음악, 서사까지도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오너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을 오감을 통해 느끼는 하나의 공간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편에서는 아무런 카페가 아닌 공간, 브랜딩 등 자신들의 색을 가득 담은 성수동 카페를 소개한다.



1. 코사이어티



카페이지만 카페가 아닌 곳.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들어보면 이해가 될 거다. 서울숲 부근 큰길 사이, 아주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cociety] 주황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콘크리트 담벼락을 따라 20여 미터 이어진 작은 길. 호기심을 자극하듯 내부가 보이지 않는 길 끝에 다다라서야 빼꼼 얼굴을 비춘다.



과거 용접, 금속공장이었던 곳을 업사이클해 만들어진 이곳. 네 동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작지 않은 부지에 모든 곳이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처럼 프라이빗한 느낌을 준다. 각 건물들은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미드 센추리 모던 풍으로, 트렌디와 클래식을 동시에 담아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공동 사회를 지향하자'라는 의미를 갖고 만든 코사이어티의 슬로건 'A place for inspiration'. 여럿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시너지와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영감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생각과 영향을 자유롭게 공유하길 바라며 만든 공간이라고.



영감을 공유하기 위한 공간답게 각 섹션마다 다양한 컨셉을 갖고 있다. 미팅과 업무를 위한 오픈 스튜디오, 대화와 함께 차를 곁들일 수 있는 커피 라운지, 나무와 바람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기 적당한 야외 정원, 크고 작은 행사를 위한 홀까지. 


개인 작업을 하기에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에도, 잔잔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공간구성이다. 메인 공간 중심에는 북저널리즘에서 큐레이팅 한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시기마다 팝업스토어나 전시도 진행 중이니 관심분야의 생각을 넓히고 싶다면 시기에 맞춰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이 더 좋았던 건 쉬기에도 더없이 적당했다는 점. 메인 공간은 커피 라운지로 전개했는데,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볕과 널찍한 공간감이 한결 더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작게 마련된 야외 가든은 성수동 한복판임에도 한적함을 자랑한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지는 노을이 아주 잘 보이니 해가 질법한 시간에 방문해 차 한 잔은 어떨지?


- 이용시간 : 매일 12:00-20:00 (월요일 정기휴무)

- 주소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2-20

문의 : 02-464-0054



2. 포어플랜



앞서 말했듯 넘쳐나는 카페 시장에 폐업하는 카페들도 적지 않다. 특히 좋은 상점들이 모여있는 성수동 같은 핫플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폐점이 안타깝지만 계속해서 유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성수동, 송리단길 좋아하는 동네에 새로운 상점이 생기면 북적이기 전에 방문해 보곤 하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신상 카페를 만났다. 지난 9월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신상카페, 포어플랜을 소개한다. 



건축가들이 만든 공간 포어플랜. 실제로 낮에는 건축사무소 겸 카페, 밤에는 바로 운영된다. 뚝섬역 부근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 좋은 공간들은 왜 이렇게 숨겨져 있는지 역시나 찾기가 쉽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면 키친과 바 테이블 공간, 테라스, 메인 라운지로 크게 세 곳으로 나눠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키친으로부터 메인 공간까지 지나는 연결통로를 테라스로 구성해 버려지는 공간 없이 온전한 공간으로 전개했다.



건축가들의 카페답게 가구와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하나의 포인트. 우드와 벽돌을 사용해 브라운, 베이지 톤으로 전체적인 컬러를 잡았다. 낮은 조도와 포인트 조명을 적절히 사용해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디자이너들의 인테리어라는 선입견을 갖고 봐서 그런지, 괜히 더 감각적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확실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기록의 시대. 어딜 가나 방문한 흔적 하나쯤은 남겨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포토존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이곳의 포토존이자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는 메인 공간의 벽면. 층고가 꽤나 높은 한 벽면 전체를 건축 모형으로 채웠다. 규모에서도, 섬세하게 만들어낸 디테일에서도 감탄이 나온다. 이렇게까지 공을 들였는데 눈길을 못 끄는 것도 어렵겠다.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했다면 그 노고에 손뼉을 칠 수도. 



곳곳에 건축사무소의 요소를 위트 있게 녹여냈다. 커팅매트를 테이블매트로 사용해 디자이너의 작업실 장면이 그려지는가 하면, 캐드를 활용한 메뉴판이나 곳곳에 놓인 샘플 등 어설프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낸 포인트가 이곳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 매력을 한층 더 깊게 즐기고 싶다면 은은한 조명을 볼 수 있는 저녁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마티니와 칵테일 한 잔이 짧은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들 테니 말이다.


- 이용시간 : 매일 12:00-23:00 (bar 24시 마감)

- 주소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30-11 1층

문의 : 0507-1305-7686



3. 업사이드커피



'무난하다'란 말을 종종 쓰곤 한다. 필자는 이 문장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 마지못해 '이 정도면 됐지' 정도의 의미로 사용한다. 무난하다는 말이 다소 따분하고 지루한 뉘앙스를 풍긴다고 생각했었는데, 살다 보니 무난하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이렇다 할 단점이나 흠이 없다는 건, 어쩌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겠다. 그래서 요즘은 무난한 걸 보면 꽤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서론이 길었다. 호불호 없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커피 맛을 선보이는 업사이드커피를 소개한다.


2018년 해방촌에서 시작된 업사이드커피. 해방촌 언덕 한편에 자그맣게 자리 잡고 있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만큼 유명해졌고 성수에 자리를 잡아 규모도 이전과 다르게 커졌다.


나만 알고 싶은 인디밴드를 빼앗긴 기분이지만, 오래 봐온 팬으로서 성장한 브랜드 모습이 꽤 기분 좋기도.



미어캣 심볼은 이곳의 마스코트다. 업사이드커피는 시작할 때부터 이 심볼을 기반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전개했다. 이젠 컵이나 오브제, 인테리어, 굿즈까지 심볼을 넣어 제작해 완전한 브랜드를 구축시켰다. 작을 때부터 차근히 쌓아온 브랜딩으로, 이제는 꽤나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기는 이곳 커피를 표현하고 싶어 앞서 '무난하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업사이드커피는 균형감 있는 '데일리 커피'를 지향한다. 이들의 지향점답게 아주 강한 개성을 보이진 않지만 훌륭한 커피를 선보인다. 


필자의 무난하단 표현이 절대 평범하거나, 보통의 맛이라는 표현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 좋은 커피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결론은 이곳 커피는 확실하게 맛있다는 말. 로스터리이기도 하기에 원두가 맛있다는 말도 맞겠다. 실제로 많은 카페에서 업사이드 원두를 사용하기도 하니.



업사이드의 모든 매장을 다 방문해 봤는데 바리스타 분들이 하나같이 친절하다. 바쁘지 않은 시간에 방문하면 곁들일 수 있는 바리스타와의 커피 얘기도 좋은 디저트가 된다. 


스텐다드한 레시피가 있겠지만 사람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바리스타와 대화하며 어떤 커피를 내렸는지 귀로 한번, 입으로 한번 즐기면 그 맛이 배가된다.



시그니처 커피들도 훌륭하지만, 에디터 픽인 필터 커피를 꼭 즐겨보길 바란다. 압출한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보다 드립으로 직접 내린 커피는 향을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 풍미가 좋다. 아, 파운드케이크가 훌륭하니 드립 커피에 곁들이는 걸 잊지 마시길!


- 이용시간 : 매일 08:00-21:00 (주말 9시 오픈)

- 주소 : 서울 성동구 연무장13길 3

문의 : 070-7799-7579




좋은 가게들이 하나둘 모여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를 이루듯,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당신 주변에 좋은 사람 있다면 당신도 이미 좋은 사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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