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코스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최근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본 항공권을 검색한다. 마지막 일본 여행은 2019년 교토였다.
그 당시 대학교 졸업과 하던 일을 매듭지으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고, 마음이 힘들 즈음에 여행을 결심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편도 항공권을 결제했던 기억이 있다. 만료된 여권을 갱신하고 며칠 묵을 숙소 외에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오랜 습관이었다.
교토는 오사카나 도쿄만큼 큰 도시는 아니지만 여행자가 오래 머물기 좋은 도시이다.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빌리면 이동하기 편하고, 카모강을 따라 산책하는 행복도 있다.
또 일본에서 커피 소비량이 유독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교토를 여행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여행이 끝난 뒤에는 다시 찾을 이유가 많이 생겼다.
그러니 교토를 소개하는 내 감정은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겁다. 이 좋은 도시를 관광 명소만으로 소개하는 건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교토 여행에서는 후지필름의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했다. 작고 가벼워서 어떤 상황에서도 주머니에서 꺼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여행엔 가벼운 물건이 최고다. 에디터가 산책하듯 여행했던 교토, 지금부터 소개한다.
교토는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전철이나 JR, 버스 등으로 쉽게 갈 수 있다. 공항에 내리면 오사카를 방문하는 여행자들 틈에서 당황할 수도 있지만 안내가 잘되어 있어 어렵지는 않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공항에서 판매하는 이코카 하루카 패스다. 이코카 교통 카드만 있으면 저렴하기도 하고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교토역은 생각보다 번잡하다. 느리고 한적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건 현지인들의 모습이고, 일본 고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도쿄보다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교토역이 그리 크지 않아서 인파가 몰리는 이유도 한몫한다.
입국 비자가 면제된 11월부터는 감염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이니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자.
역 바깥으로 나오니 대도시치고 깔끔한 도로와 건물에 눈길이 간다. 워낙 정돈된 걸 좋아하는 일본이지만, 가까운 오사카와 다른 풍경에 놀라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빌릴 계획이었지만, 첫인상이 좋아 몇 시간은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교토역에서 걸어서 갈만한 곳은 불교 사찰인 진종본묘, 히가시혼간지다. 교토역에서 나와 교토 타워 방향으로 걷다 보면 사찰 구역이 나온다. 종교에 관심이 없어도 불교는 교토 여행에서 아주아주 중요한 주제다.
일본은 오랜 기간 불교 국가였고, 교토는 일본의 예전 수도였으니 도시 전체가 불교 문화권에 속한다고 봐도 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성당과 바티칸시국이 큰 의미를 가지듯, 교토에서 사찰은 도시의 중심이자 광장같은 장소다. 그래서인지 히가시혼간지는 한국 사찰과는 규모가 사뭇 다르다.
히가시혼간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수학여행을 온 것 같았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경상도 지역 학생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경주의 사찰이 정교하고 자연에 속한 모습이라면 교토의 사찰은 규모가 크고 웅장한 모습이다.
교토는 선술집이 늘어선 카모강이 유명한데, 산조 거리에 작게 흐르는 다카세강도 아름답다. 다카세강은 수심이 얕고 폭도 좁아서 강보다는 냇가에 가까운데, 마을을 관통하는 물줄기와 나무의 녹음이 여유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다카세강을 따라가면 작은 식당과 감각적인 현대 건축물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원래 다카세강은 버려질 위기에 처한 작고 무용한 강이었으나, 현재는 마을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로 살아나 교토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을 되살린 안도 다다오의 작품 TIME'S에도 방문해 보길 바란다.
교토는 자가용보다 자전거 문화가 일반적이다. 주차장이 아예 없는 건물이 많고, 도로도 일방통행인 경우가 종종 있다.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가게가 시내에 여럿 있어서 여행자도 쉽게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
다만 교토는 자전거 주차에 관해서는 매우 철저하다. 지정 주차장 외에 가게나 주택 근처에 세워놓으면 벌금은 물론 경고 없이 철거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아도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교토는 걷기엔 도시가 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인프라가 아쉽다. 유명한 관광지야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지만, 교토 곳곳을 둘러보기에 자전거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또 자전거를 이용하면 걸어서 가기 힘든 언덕이나 경사진 장소에 갈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교토는 건물이 낮고 지붕의 형태와 색깔이 대체로 비슷하다.
강한 단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탁색이다. 심지어 단색을 사용하는 브랜드의 로고도 검은색 혹은 갈색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는 교토시의 행정법 때문이다.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도시인만큼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교토의 건축물은 콘크리트보다 나무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목조 건물은 불에 타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진에는 강한 편이다. 게다가 교토는 지반도 안정적이어서 역사적으로도 지진 피해가 적었다고 한다.
교토 블루보틀 1호점은 목조주택을 개조하여 일본 전통가옥의 미를 살렸다. 정돈된 정원과 나무 창살이 현대적인 커피 브랜드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여행 당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칠 뻔하다가 파란색 입간판에 멈춰 섰다.
교토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수요가 대부분인 오래된 도시다. 그러니 관광객을 차단했던 지난 2년 동안은 직격타를 맞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광업계 종사자라서 실업률이 역대 최고에 달할 정도. 그러나 이제 해외 입국자의 여행 비자가 면제되면서 교토도 다시금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