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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Dec 21. 2015

두려움은 직시하는 거야!-2

# 엄마, 우리 인도 갈 수 있을까?

 "진아, 엄마랑 인도 갈래?"

"인도?"

"응, 인도"


 인도는 진아의 흥미를 끌지 못 했다. 나의 인도여행기를 들으면서도 간간이 옅은 미소를 보일뿐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진영이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호기심보단 욕심이 많은 진영이는 "왜?"라는 질문인지 딴지인지 모를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왜 인도야?"

"어?"

무심한 듯 말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진아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가 첫 배낭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했을 때처럼 하필이면 왜 인도를 가야 하는지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아야 했다. 두 딸들이 철학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인생공부를 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게 나는 왜 다시 인도를 가려하는 걸까?


인도를 다녀와서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두려움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생각으로 말라죽을 때까지 지끈거리는 머리와  두근거리는 심장을 누르고만 있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라고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나는 늘 당당한 사람이었고 멋있는 여인이었다. 정작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할 때마다 길게 늘어선  장애 무를 바라보다 체념하고 말았다. 난 그냥  부딪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인도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잠시 침묵한다.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막에서의 경험한 어둠 속의 공포와 바라나시에서 만난 성지순례자들의 미친 함성, 거리를 쏘다니는 병든 개들, 좁은 골목을  점령한 집채만 한 소들, 그리고 사람. 사람. 사람들! 인도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인도의  모습을 나도 보았을 뿐이다.

 델리에 도착하자마자 오물을 피해가며 길을 잃지 않으려 배낭끈을 조였었다.  델리가 익숙해질 때쯤 도착한 바라나시에선 내가 아는 모든 욕을 쏟아냈었다.

 "씨발 씨발"

잔뜩 독이 오른 두꺼비처럼 등을 부풀리고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을 걷다 길을 잃기도 했다. 바라나시의  잠들지 않는 화장터, 매일 밤 행해지는 푸자에 취하고 강가강에 몸을 담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느꼈다. 두려움을 직시하지 않으면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여행이 끝날 때쯤 웃을 수 있었다. 거리의 소음도 가트를 메운 사람들도 웃으며 바라볼 수 있었다.


"왜 인도야?"

나는 두 딸에게 말했다. 엄마는 인도가 정말 좋았단다. 왜 좋았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정말  좋았는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단다. 너희들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아!

엄마 아빠의 잘못으로 너무나 작아진 나의 작은 참새들이 다시 쫑알대며 날갯짓을 하길 바란단다. 엄마가 인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슴으로 느꼈으면 해.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말이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 책에서만 보던 타지마할 하나 본다는 생각으로 가자. 우리, 우리  얘기하러 인도에 가자.


"난 갈 거야. 꼭 갈 거야"

진영이는 흔쾌히 대답을 하고 신이 나서 질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언제 갈 거야? 인도는 덥지? 뭐 준비해야 되는 거지?

진아는  말이 없었다.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진아가 낮은 소리를 냈다.

"갈게. 엄마랑 같이"

  

우리들의 험난한 인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서면서 하얀 진아가 나를 불렀다.

"엄마, 우리 인도 갈 수 있을까?"

나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럼 갈 수 있고 말구"

진아가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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