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강 Mar 04. 2016

엄마 딸이어서 고마워! - 21

## 낙타를 타고 사막에 가자.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와 따뜻하고 묵직한 이불에 파 묻혀 정신없이 잤다. 힐링마을 푸쉬카르의 품에 안겨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개운했다. 푸쉬카르에서는  방을 두 개 얻었다.  패밀리 방이 없기도 했고 퀸 사이즈 침대라 해도 셋이 눕기엔 좁아서 우리 모두 불편한 잠자리였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여행에서 지친 몸을 달콤한 잠으로라도 충전해야 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삼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푸쉬카르의 아침이 상쾌했다. 밤새 다 마른빨래를 걷어 방에 들여놓고 가까운 가야트리 사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사원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사비트리의 불타올랐던  
한낮의 열정을 보는 듯했었다"

사비트리 사원

                                   가야트리 사원


  푸쉬카르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브라흐마의 첫 번째 부인이자 태양의 여신 사비트리의  사원이 있다. 삼각형의 우뚝 솟은 정상에서 푸쉬카르를 내려다보는 사비트리 사원은 도시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날카롭고 도도한 모습으로 푸쉬카르 호수를 내려다보는  사비트리 사원에서는 매일 푸자가 열린다. 어둠이 익을 무렵 푸쉬카르 호수의 가트에 앉아 있으면 주문을 외는듯한 푸자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들린다. 소리에 나를 맡기면 사비트리 사원으로 난 길을 따라 반짝이는 파란 불빛과 함께 몽환 세계로 들어간다.  또한 사원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사비트리의 불타올랐던  한낮의 열정을 보는 듯했었다.


 호수 동쪽 봉우리에 위치한 가야트리 사원은 마르르 버스 정류장 뒤쪽에 위치하는데 입구부터 잘 정비된 시멘트 계단과  돌계단을 20~3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정상에는 색이 바랜 하얀 건물 하나가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서 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매일 푸자가 열리고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힌두 전설에 따르면 창조의  브라흐마가 희생제의를 치를 알맞은 장소를 선택하기 위해 연꽃을 떨어뜨렸는데 연꽃이 떨어진 장소에 푸쉬카르 호수가 생겼다고 한다. 브라흐마가 의식을 치를 때는 그의 아내인 태양의 여신 사비트리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사비트리는 의식에 늦고야 말았다. 인내심이 부족한 브라흐마는 제사장에게 새 신부를 데려올 것을 명했다. 제사장 인드라는 가야트리를 새 신부로 추천했다.  불가촉천민이었던 가야트리는 소의 입 속으로 들어가 배설됨으로써 신분이 정화되어 브라흐마의 두 번째 부인이 되었다. 뒤늦게 이소식을 들은 사비트리가 분노하여 브라흐마 신을 위한 사원은 오직 푸쉬카르에만 있을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하나밖에 없는 브라흐마 사원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가야트리는 연꽃 위에 앉아 있으며 다섯 개의 머리와 다섯 쌍의 팔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학문과 지식의 여신이다. 서로 바라다보이는 산 정상에 모셔진 브라흐마의 두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자라고 자기 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숙소에서 좀 더 가까운 가야트리 사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단정한 머리를 하고 뒤로 넘어질 듯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천사 같다. 참새들이 책가방을 메고 처음 초등학교에 가던 날 내 가슴은 얼마나 두근거렸던가! 차조심, 길조심, 사람 조심, 조심조심! 모든 것들이 참새들에게 해가 되는 위험한 세상 밖으로 아이들을 떠미는 것 같아 불안했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어야 하는데 넘어져 다칠까 전전긍긍하느라 잔뜩 날이 선 채로 아이들을 쫓아다녔었다. 아이들을 위한 다는 것이 나의 욕심이고 지나친 간섭이었다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로 인해 아파하고 있었다. 그대로 두어도 얼마든지 스스로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서서 아이들이 상처받고 작아지게 만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많이 아팠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처를 보면서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자라고 자기 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소들과 멧돼지들 그리고 염소와 개들이 주둥이를 땅에 박고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도로에는 오토바이들이 경적을 울리며 곡예를 하는듯 했고  더러는 짐 속에 파묻힌 트럭들이 땅으로 꺼질 듯 위태롭게 달리고 있었다.

 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는 반얀나무는 머리를 거꾸로 풀어헤친 귀신처럼 길게 줄기를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아이들이 날리던 연은 나무에 걸려 바람이 불 때 마다 까딱거렸다.  정상에 올라가자 먼저 올라온 백인 청년이 인사를 건넸다. 나도 두 손을 합장하고 목인사를 했다. 청년은 사원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반대쪽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냄새! 푸쉬카르 호수의 비릿함과 광활한 사막의 모래가 코끝에 닿았다. 코끝으로 들이마신 숨을 발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한순간에 끌어올려 입으로 내뱉었다.

 후~

  나는 또 새로운 오늘을 맞고 있었다.


              낙타 사파리를 위해 대기 중인 낙타들


 인도 사람들의 친절은 믿을 수가 없다. 친절하다 싶어 마음을 놓으면 금세 돌아서 사람을 서운하게 한다. 오늘은 사막에 있는 농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그래서 숙소주인에게 배낭을 맡아 줄 수 있겠냐  했더니 그럴 수 없다며 하루치 방값을 지불하라고 했다. 내일 다시 하루 묵을 것이라고 해도 안된다고 거절했다. 전날 주인에게 낙타 사파리를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거절했었다. 아무래도 그것에 대한 복수인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첫날의 감동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하루치 방값 800루피를 계산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여름에 편안히 묵었던 숙소를 다시 찾아갔더니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배낭을 맡아주겠단다. 일층에 가족들이 살고 있고 나머지 층은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진아와 동갑인 여동생이 나와 인사를 했다. 참새들에게 소개해 주었더니 셋은 금세 친해져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있었다. 숙박계를 작성하고 여권을 복사하는 동안 집 안 쪽 빈방으로 배낭을 옮겨놓았다.


"나이 든 낙타몰이꾼의 어눌하지만 친숙한 모국어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참새들과 라지가 일하는 파완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낙타 사파리를 위해 여름에 인연을 맺은 곳을 찾아갔다. 여름보다 가격이 올라 일인당 800루피에 흥정을 했다. 세시에 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 출발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사막에 가지고 들어갈 물과 휴지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살 겸 쇼핑을 하기로 했다.

 푸쉬카르의 메인 바자르는  짧다. 워낙 작고 조용한 마을이라 아무 생각 없이 며칠씩 묵어도 좋을 만큼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서 해방되는 곳이다. 관광객이 늘어 가게가 많이 생겨났다고는 하지만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도 삼십 분이면 족하다.  참새들은 향수 가게에 들러 80루피 씩을 주고 라벤더와 아로마 향수를 구입했다. 나는 여름에 개업 준비를 하던 젊은 청년의 옷가게에 들렀다. 어떤 가게일까 궁금했는데 개업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 안타까웠었다. 화려한 원색으로 칠해진 가게는 주인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디스플레이만큼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로 가득했다. 나는 한국에서 입어도 무리가 없을 듯한 독특한 문양의 바지 두 벌을 구입하고 구아바를 한 아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사막에 가지고 갈 배낭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낙타시장에는 낙타 두 마리와 수레달린 낙타 한 마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몰이꾼 아쇽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농가의 방갈로에서 묵었었는데  이번에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이고 싶어 농가의 마당에서 자기로 했다. 푸쉬카르 보다 더 사막다운 자이살메르에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익숙한 곳을 간다는 안도감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어쩌면 참새들이 있어 내게 익숙한 곳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우! 낙타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스카프로 얼굴을 감싼 참새들이 소리를 지르며 낙타를 향해 달려갔다.

"와우! 신기해."

작은 참새는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큰 참새는 낙타 눈처럼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며 낙타 주위를 맴돌았다.

"난 무서워!"

 참새들이 무릎을 꿇고 얌전하게 앉아있는 낙타에 올랐다.

"뒤로 뒤로"

낙타몰이꾼이 손을 휘저으며 한국말로 몸을 뒤로 젖히라고 했다.

"악! 떨어질 것 같아."

"괜찮아. 앞에 손잡이 꽉 잡아."

 큰 참새는 잔뜩 겁먹은 얼굴이 역력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들이 마신 숨에 체할 것 같았다.

"진아, 크게 심호흡해. 네가 낙타를 믿으면 안전해 네가 불안해하면 낙타도 금방 알아챈단다."

"나는 신나는데, 야호!"

작은 참새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낙타의 옆구리라도 걷어차고 달릴 기세였다. 낙타몰이꾼들은 그런 작은 참새가 귀엽다는 듯 자기들끼리 쳐다보고 웃었다.

"재밌어요? 좋아요?"

나이 든 낙타몰이꾼의 어눌하지만 친숙한 모국어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작은 참새와 동갑내기인 아쇽은 수줍은 미소로 작은 참새를 훔쳐보며 수레에 올랐다. 수레에는 우리가 깔고 잘 매트리스가 실렸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
사막에 사는 사람들
"진아야, 편안하게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겨.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멀리 봐!"

낙타는 사막을 향해 겅중겅중 걸음을 옮겼다. 낙타가 걸음을 뗄 때마다 앞 뒤로 몸이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나는 온몸의 힘을 쭉 빼고 손잡이도 놓은 채 낙타에게 나를 맡겼다. 큰 참새의 얼굴은 아직도 굳어 있었다. 떨어질까 봐 웅크린 몸이 불편해 보였다.

"진아야, 편안하게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겨.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멀리 봐!"

"네"

 옆으로 낙타를 탄 인도 연인들이 지나갔다. 참새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노 프라블럼"

작은 참새는 찍고 싶으면 맘대로 찍으라는 듯 여유 있게 웃으며 그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v'를  그려 주었다.

 멀리 사비트리 사원 밑으로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보였다. 낮은 비닐 천막 주변으로 빨래들이 널려 있고 지붕도 없이 바람을 막은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작은 노점이 있었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은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야호! 사막이다. 책에서 본 거랑 똑같아."

"똑같긴 뭐가 똑같냐? 높은 모래 언덕에 모래가 물결치듯  쫙 퍼져있어야지 사막이지!"

"그래도 사막은 사막이잖아."

참새들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여름에 왔을 때는 우기라 사막이라기 보단 메마른 땅에 발을 디딘 느낌이었다. 풀도 많이 자라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건기인 겨울은 사막다운 사막을 만난 것 같아 새롭게 다가왔다.  바람이 만들어놓은 잔잔한 모래 결은 없었지만  맨발로 디디고 싶을 만큼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낙타사파리 도중  잠시 멈췄다. 낙타에서 내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았다.  발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모래가 스르르 스며 들어와 따뜻했다. 참새들도 신발을 벗고 발에 닿는 모래의 감촉을 즐겼다.

"안돼 안돼! 신발 신어."

낙타몰이꾼이 신발을 들고 와 깨진 유리조각이 있어 발을 다친다고 신발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서둘러 신발을 신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막은 여기저기 나뒹구는 빈 페트병과 술병들로 병들어 있었다. 몰이꾼은 모래 속에서 깨진 유리조각을 찾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인간들은 정말 못돼 먹었어. 어딜 가나 인간들이 지나간 자리는 표가 나"

큰 참새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니까! 뭐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지를 않는 것 같아"

"멀쩡한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시들해지면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잖아. 정말 한심해"

"일회용을 없애야 된다니까!"

참새들은 버려진 쓰레기들을 한 곳에 모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짊어지고 와서 짊어지고 온 만큼 되가져가면 되는데 그걸 못하는구나!"

가까운 곳에서 모래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신발도 신지 않은 세 아이들이 모래에서 뒹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사막의 아이들이 깨진 유리에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낙타의 행진도 걱정이 되었다. 생각 없이 버려진 예리한 위험에 말 못 하는 동물과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목마른 낙타의 눈이 슬퍼 보였다.

참새들과 비탈진 모래 위에 나란히 앉아 저 멀리 보이는 사비트리 사원을 바라보았다. 참새들에게 사비트리와 가야트리 사원의 전설을 얘기해 주면서 함께 오르기로 약속했다. 마른바람이 불어왔다. 그새 햇빛에 얼굴이 달아오른 큰 참새는 스카프를 움켜잡았다. 그런 큰 참새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고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어깨를 빼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녀석이 고마웠다. 바람이 시원했다.

 잠시후 우리가 앉아 있는 맞은편 쪽으로 사막의 악사인 보파 둘이 앉더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긴 활을 타고 들리는 가늘고 옅은 음악이 바람에 날리는 사막의 모래 소리 같았다. 여행자와 마주하며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낙타들의 걸음을 멈춘 이유이기도 했다. 악사들에게 50루피씩 나눠주고 돌아서려는데 어린 악사가 달려왔다. 우리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에게 돈을 줄 수는 없었다. 나는 모르는 척 돌아섰다. 아이는 손을 내밀며 모기소리를 냈다. 돌아보지 말아야 했다. 우리는 다시 낙타를 타고 사막 위에 섰다.

 

"엄마, 나 봐봐."

작은 참새는 낙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지금 사막으로 간다."

지금 이 순간을 맘껏 즐기는 작은 참새가 사랑스러웠다.

"언니도 해봐. 정말 재미있어."

큰 참새는 주춤거리다. 있는 힘껏 잡고 있던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놓고 만세를 불렀다.

"와우! 멋지다."

나는 큰 참새를 칭찬해 주었다. 큰 참새에겐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였다.

"음! 좋다. 참새들이 있어 참 좋다. 사랑해 참새들!"

"우리도 사랑해. 엄마!"

나도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젖혀 눈을 감은 채 소리쳤다. 우리가 소리를 지르자 나이 든 낙타몰이꾼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아쇽은 재미난 듯 수줍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없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유전설처럼 모든 것은 순간이다. 단 한순간도 똑같은 순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이 순간을 가질 수 없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은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작은 참새의 등 뒤로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딸이어서 고마워! -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