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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Mar 06. 2016

엄마 딸이어서 고마워! -23

## 다시 꿈을  꾸기  위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지만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

 어린왕자의 별  아래 있었다. 큰참새의 손가락 끝에서 반짝이는 별자리들의 이름을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었다. 한없이 너그러울것 같던 사막의 밤이 지나갔다.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담요에 내려 앉은 사막의 아침은 황량했다. 뜨겁게 타오르던 모닥불이 남긴 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추웠다. 몹시 추웠다.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지만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방갈로 사이로 떠오른 아침

  잠들지 않는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며  밤새 짖던 검은 개는  늦잠을 자고 있었다. 농가의 어린아이들이 볼일을 보기 위해 물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울타리 사이로 이웃집 아낙의 엉덩이가 보이기도 했다.


 주인장이 작은 아들을 팔에 안고 나와 아침인사를 건넸다.

"굿모닝! 좋아요? 행복해요?"

"당신 덕분에 아주 행복해요."

그는 자신이 특별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강조하며

 낙타를 타고 돌아갈것인지 물었다. 참새들은 다시 낙타를 타길 원했다. 우리는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낙타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시어머니가 버팔로 우유를 넣은 따끈한 짜이를 가져왔다. 하지만 비릿한 냄새 때문에 입만 적시고 내려 놓았다. 기름진 우유맛이 너무 강해 좋아하는 짜이를 먹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아침식사로 설탕을 바른 구운 짜파티와 바나나가 나왔다. 호떡 맛이 나는 구운 짜파티는 정말 맛있었다.

 

"살다가 살다가 인생의 어디쯤에서 아름다운 오늘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길 소망한다."

 아쇽과 농가의 일꾼이 우리들이 자고 일어난 잠자리를 정리했다. 사막에서의 꿈같은 하룻밤이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었다.


 참새들은 지난밤을 어떤 기억으로 간직할까?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질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기 때문에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조차도 희미해져 남은 기억들은 또 다시 기억하고  싶은 기억으로 재편집된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노래가 흐르던 행복했던 그날밤을 언제까지 기억할까? 가끔 아름다운 기억은 다음에 오는 상처로 잊혀진다. 간절히 바라건대 지난밤 함께 했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 만큼 영원하길 기도한다.가슴이 아파 올때 어제의 아름다운 시간들이  빨간약이 되어 웃을 수 있길 기도한다. 살다가 살다가 인생의 어디쯤에서 아름다운 오늘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길 소망한다.

 시어머니는 만삭의 며느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욕심많고 재주 많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부엌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버팔로 젖을 짜고 돌아오는 그녀는  전장을 진두지휘하는 여장부 같았다. 사진을 몇 컷 찍어보여 주었더니 사리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최고의 요리사에요.당신을 잊지못할거에요"

그녀는 내 두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말로 답했다.


 주인장부부는 사랑스런 두 아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어린 두 아들은 우리가 앉았던 식탁을 밀고 다니며 티격태격 하면서도 즐거워보였다.  흙에서 자란 아이들은 건강해보였다.


  난 참 유난스런 엄마였다. 참새들 장난감을 만드느라 몇날 며칠 바느질을 했었다. 놀이터에서 오줌을 누는 남자아이를 보고는 놀이터에 나가지도 않았었다. 큰참새가 몸이 약한건 내 탓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들이라도 나가면 큰참새는 책에서 만난  벌레를 찾느라 하루 종일  공원을 헤매고 다녔다. 큰참새가 지렁이를 들고 나타나면 난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옷이 더러워지는게 싫어서 바쁘게 아이를 쫓아다녔었다. 그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빨랫감이 나오면 내 일이 많아지고 내가 힘들어지는게 싫었기 때문이란걸 알았을땐 아이가 밖에 나가길 꺼려했다.

 큰 참새 덕분에 작은참새에게는 좀 더 너그러울 수 있었다.  작은참새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고 나무를 타고 오르기도 했다. 닮은듯 너무도 다른 내 아이들!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너그럽게  흙에서 놓아 길렀다면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인연이란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스침을 드러나게 하는 일이다."

낙타에 오르기 전에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많은 시어머니는 아쉬워하는 얼굴이 역력했다. 며느리는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두 눈으로   우릴 배웅했다. 참새들은 가족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을 안아 올릴때 작은참새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듯 했다.


"나마스떼"


 우리는 어쩌면 먼 길을 돌고돌아 만난 인연인지 모른다. 먼나라  인도에 와서 같은 집에서  두 번이나 묵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운 인연이다. 전생에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현생에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우리의 만남에 감사했다. 이 다음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묘한 끌어당김으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인연이란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스침을 드러나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다시 디지털 세상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고 있었다. 복잡한 도로를 느릿느릿 걷는 낙타에게 우리를 맡기고 모르는 척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급할게 무엇인가! 사는 거 거기서 거기인것을 나는 그냥 내 길을 갈 뿐이라네!"


낙타시장으로 돌아와 우리를 위해 애쓴 낙타몰이꾼에게 150루피를 나뉘주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사막의 먼지를 씻어냈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꿈같았다. 우리는 다시 꿈을 꾸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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