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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 Aug 02. 2017

불어난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의
'사치'에 대하여

여름나기, 그 지난한 공간의 어딘가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노래의 가사처럼 하루종일 바삭바삭하게 마른 날이 되어서야 글을 끄적이고 있다. 가뭄이 해갈로 바뀌고, 숨돌릴 틈 없이 해갈이 홍수로 불어나고, 그렇게 이곳 저곳에서 물난리들을 겪었다.

옆동네 부평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보고선 옆동네가 아득히 먼 곳인 것만 같았다. 청주의 물난리 소식을 듣고 다음 날, 남양주의 한 카페에 다녀왔다. 저 멀리 대형 쇼핑몰의 불빛에 닿기 전, 그 사이에 놓인 강물은 꽤나 많이 불어나 있었다. 장마의 인과관계 정도리라. 그 옆을 지나 트랙을 도는 사람들, 야외라 모기가 많다며 몸에 뿌리는 모기약을 건네는 주인장, 그리고 그 불어난 물을 풍경 삼아 야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라는 존재의 무심함. 


  3년 전 그 날 이후, 광화문 광장에는 단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피해자 가족이, 유력 정치인이, 그리고 어느 시민들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대로된 침몰 원인 규명과, 구조과정에서의 비상식적인 대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것'으로 충분한 사람들에게 '그것'만은 안된다며 버티고 섰던 사람들. 그리고 극우 사이트 회원이 주축이 되어 벌인 단식 농성장 주변의 '먹방쇼'. 아이들을 떠나보낸 충격 속에 아파하던 사람들에게 '그것' 대신 '이것'이나 먹으라는 조롱. 


  어딘가에서 존재할 아픔에 대하여 적어도 '사치스럽지' 않을 것. 그것이 무심함 속에 가려진 진심의 조각 정도라도 건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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