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이 Aug 24. 2017

장마철 빨래 말리는 기술에 대하여

자취본색  #1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고, 어깨로 수건이 내려갈 때 쯤

아스라이 올라오는 걸레 냄새에 몸서리 친다.

'어제 빨아서 말린건데...'


자취의 장점중 하나는

빨래를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일 입을 옷이 빨래통에 쳐 박혀 있는 경우는 드물다

다섯 가족 빨래를 하시던 엄마.

엄마는 빨래를 모아모아서 빨래통에 꾹꾹 담아서 차고 넘치고 나서야 빨래를 시작하셨다.

전기세나 수도세를 를 아끼려는 마음도 있으셨겠으나

한 방에 끝내고 일주일 빨래 안하려는 엄마의 심정을 이제야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수건이며 양말 팬티는 그야말로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무좀 안생기는 것이 본인이 고수해온 평생의 삶은 빨래의 결과라고 자부하시는 엄마

엄마의 손이 빨래 삶는 솥에 가 닿을 때까지 

우리는 언제쯤 속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 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한달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빨래를 하며 과한 만족감을 느끼던 시기였다. 

엄마에게 서른 넘은 아들 빨래를 맡겨드리지 않아도 되다는 효부심(?)과

땀에 찌든 셔츠를 그 때 그 때 빨래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충만했다. 

그러다 장마철이 도래했고 나는 알게 된 것이다.

수건을 아무리 빨래해 말려도, 또 빨고 또 빨아 말려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레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하여..

수건을 쓸 때마다 곤두서는 후각신경에 몸서리치며 

한 번 사용후 빨래통 직행 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마가 생각났다

작은 키에 가스렌지까지 그 무거운 삶은 빨래 통을 옮기며 

빨래부심에 흐뭇해 하셨던 엄마

수건에서 걸레냄새를 맡을 때면 엄마에게 고개숙여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드럼세탁기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빨리면서도 잠재적 걸레냄새를 간직하는 수건이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맘을 되새기도록 돕는 매개물이라니...


이번 주말에는 드럼 세탁기의 삶은 빨래 기능을 이용해볼 예정이다.

시간을 눌러보니 2시간 30분이라는 어마무시한 시간이 뜬다.

주말 밖에는 그러한 시간의 확보가 어렵다.

두 시간 반을 통과한 빨래들이 어떠한 모습일지 알 수 없다.

해 본 적도 없으니, 예상하기도 힘들다

자취가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의 향연이니, 결과를 기다려보자.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것이다..!

라고 외쳤던 자취 애송이의 반성과 회한이

부디 향기나는 수건으로 열매 맺기를.. 



 



작가의 이전글 잠시를 허용하지 않는 '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