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소설)
‘거기 경찰서죠?’‘신고 좀 하려고요!’ 전날 당직을 하고 퇴근 준비를 하던 한태민 형사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무슨 일이세요?’‘제가 낚시를 하러 왔다가 좌판을 깔기 위해 자리를 보던중, 검은 봉지가 있어 무심결에 열어보니 절단된 사람의 손이 있어 기겁을 했습니다. 지금도 놀라서 멍합니다. 그래서, 다급하게 신고 한 겁니다.’ 그 순간 한태민 형사는 뭔가 큰일이 벌어졌다는 오싹함이 일었다.
‘젠장! 집에 들어가긴 글렀군!’ 한 형사는 급하게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사과장은 토요일이라 늦잠을 잔 듯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과장님! 한 형사입니다.’‘지금 관내에 사체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을 발견한 불상의 남자가 신고를 해왔습니다.’ ‘아마도, 살인사건인 것 같습니다.’‘뭐야?’ ‘사람의 손?’ 수사과장은 정신이 번쩍 뜨이는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내가 현장으로 갈 테니, 당직자 등 필수인원만 빼고 형사들은 다 현장으로 오라 해!’ 한 형사는 수사과장의 지시를 받고 사무실에 있는 비상연락망을 보고, 차례로 모든 형사들에게 전화기를 돌렸다. 전화를 받은 형사들은 대다수 토요일 휴일에 집에서 가족들과 좀 쉬려고 했는데, 살인사건 추정으로 인한 집합 지시에 뽀 로뚱 한 반응으로 투덜투덜거렸다.
‘신고한 분이신가요?’ ‘예, 제가 신고한 사람입니다.’ 신고를 한 최 씨는 검은 봉지가 있는 지점을 벗어나 먼발치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수사과장은 신고자를 발견하곤 현장 감식반원들에게 폴리스라인을 칠 것을 지시하였다.
‘절단된 토막사체 발견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예, 제가 토요일이면 안동호 상류에서 간간이 붕어낚시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낚싯대를 챙겨서 안동호 주변을 둘러보다 좋은 자리가 보여 좌판을 깔고 준비를 하던 중, 그 자리에 검은 봉지가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봉지를 잡는 순간, 뭔가 물컹물컹하고 비릿한 고등어 통조림 같은 것이 손에 잡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검은 봉지를 풀어보니, 토막 난 사람의 손이 있어 기겁을 하고 신고하게 된 것입니다.’
최 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제가 살면서 시체를 제 눈으로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네요. ’‘그것도 토막 난 사체를 요...’ ‘책에서나 보던 그런 끔찍한 상황을 제 눈으로 보게 되다니... 나 참!’
최 씨는 부들부들 떨면서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내었다. ‘진정하시고요.’ ‘혹시, 그 당시 주변에 아무도 없었나요?’ ‘다른 낚시꾼이나 기타 사람들요?’ 수사과장은 신고자인 최 씨가 현장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탐문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진술을 충분히 듣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어요.’ ‘과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낚시꾼 중에서도 이 지역에 대한 상당한 지리감 있는 사람만 아는 곳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고, 저같이 안동호 지류(支流) 중에서도 낚시가 잘되는 포인트를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찾아오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또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그리고, 꼭 범인을 잡아서 망자(亡子)의 한(恨)을 풀어 주십시오!’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죽은 영혼이 구천을 맴돌면서 안동호 부근에 머물러 있을 텐데요!’ ‘저도 이제는 이곳에 앞으로 못 오겠네요?’
‘그놈이 잡힐 때까지 요….’ 최 씨는 수사과장에게 꼭 범인을 잡아달라는 말과 함께 현장을 떠났다.
‘젠장! 이런 촌구석에서도 토막 살인이 발생하는군!’ 안동호 주변에서 토막시체 일부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강 팀장을 비롯한 형사계 직원 전원이 속속 현장으로 집결하였다. ‘다들 왔어?’ ‘토요일에 이렇게 여러분들을 소집하여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보안을 유지해주고, 탐문수사 등 조기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합시다!’ 수사과장은 누구든 죽는 그 순간부터 주검은 담당 과장인 자신을 비롯하여 소속 형사들에게 얼른 치워져야 할 짐 일뿐이라는 생각과 이 사건이 얼마나 오래 자신을 괴롭힐지...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강 팀장! 자네는 신원확인에 주력하고, 나머지 형사들은 다른 절단된 사체 일부를 발견하는데 주력해주길 바랍니다.’ 강 팀장이 현장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관들이 강 팀장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강 팀장은 검은 봉지를 열어보니 칼날처럼 예리한 흉기에 의해 잘린 양손이 언 상태로 물에 의해 부풀어 올라 검붉은 색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지문에 대한 손상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지문채취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싸늘한 날씨가 절단된 사체의 부패를 막았고, 잘 포장된 비닐봉지가 시체의 훼손을 막았던 것 같다. 꼼꼼하게 준비한 살인자에게는 오히려 자기 목줄을 죄는 족쇄가 된 것이다. 지문감식을 통해 빠른 신원확인이라는 답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일었다.
‘어이, 조금만 기다려, 곧 지원군이 올 거야!’ 강 팀장의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날 같은 매서운 강바람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수색에 여념이 없는 형사들은 추가 토막 난 사체를 발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잠시 몸을 녹이려 길가에 세워둔 자동차로 걸어 들어갔다. 형사들은 차 안에서 지원경력이 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강 팀장은 주머니를 뒤져 은단을 찾았다. 현장에 와서 줄담배만 피워 되었더니, 입안은 담배 냄새로 절어 있었다.
강 팀장은 갓길 아래에 놓인 절단된 사체가 담긴 검은 봉지와 차도의 거리를 가늠해 보고자 가늘게 눈을 뜨고 사체를 담은 봉지를 던져 버리기엔 먼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토막 낸 시체를 버리기 위해 차를 이용해야 했고, 그 차는 화물차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고... 화물차는 인적이 드문 곳이면서도 주차하기 쉬운 곳을 택해 주차를 하였을 것이고... 토막 난 사체는 무엇인가에 담겨 직접 운반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었다. 얼마 되지 않아 경찰서 타격대 대원을 비롯하여 파출소 직원들까지 동원되어 현장에 도착했다. ‘과장님의 지시입니다! 현장 부근을 샅샅이 수색해주시고, 조그마한 이상한 것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저한테 꼭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강 팀장은 발견된 토막 사체 외 발견되지 않은 추가 사체를 찾기 위해 지원 경력들에게 현장 주변을 철저히 수색해줄 것을 지시하였다. 추가적인 보충 경력이 충원된 이후에도 주변의 쓰레기 더미 및 수풀을 뒤지는 수색이 계속되었다. 며칠간의 지루한 수색에도 추가적인 단서 등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사건은 어떻게 돼가나?’ ‘토막 난 사체 외에 다른 일부 사체는?’ 경찰서장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수사과장을 다그치고 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단서가...’ ‘뭐야!?’‘인근 경찰서에서까지 경력을 지원받아 주변 일대를 쥐 잡듯 그렇게 수색한 게 벌써 몇일째야?’‘아직도 실마리를 풀단 서가 안 나온다면 대체 어쩔 셈이야?’
‘면목이 없습니다!’ 수사과장은 경찰서장이 계속되는 질책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명심해! 지금 치안본부에서도... 언론에서도 지금 난리야!’‘곧 연말 방범 비상기간이 떨어질 텐데, 그 사건 해결 못하면 자네나 나나 집에 갈 보따리 싸야 할 테니까!’ 경찰서장은 마치, 시한을 두고 사건을 해결치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는 시늉으로 경고를 하고는 집무실을 나가 버렸다. 수사과장은 말없이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다. 라디오에서는 산울림의‘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인데도, 오늘따라 그 노래가 여느 때와 다르게 애절하게 들렸다.
‘과장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 ‘고생했어! 그 사람이 누군데?’ 수사과장은 강 팀장이 신원을 밝혀냈다는 보고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이는 59세, 이름은 김태식이라 합니다.’ 강 팀장은 드디어 절단된 사체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들뜬 마음에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서 상기된 듯 수사과장에게 보고를 마쳤다. ‘아! 드디어... 사람 죽으란 법 없구먼!’ ‘한 며칠 잠도 못 자고 이거 어쩌나? 하며, 속앓이하고 있었는데...’‘강 팀장 수고했어!’‘예! 감사합니다.’‘저보다도 치안본부 감식과 직원들이 고생했습니다.’ ‘제가 매일 전화해서 사건이 해결을 위해 조기에 신원 학인이 필요하다며 닦달을 하였는데, 감식과 직원들이 군 말없이 DB의 지문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신원확인을 위해 노력해 준 덕분입니다.’ ‘그렇군!’ ‘내가 조만간 치안본부 사건 보고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직원들 불러내서 대포나 한잔 사주어야 겠군!...’ 수사과장과 강 팀장은 신원확인이 된 마당에 그간 치안본부, 서장, 언론사들의 핍박과 천대를 이겨낸 데다 독이 오를 만큼 오른 탓에 봄날 고로쇠나무 물오르듯 자신감도 오르고, 수사에 대한 의지는 라면 냄비를 얹어도 될 만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11장 (출간 예정) -
* 코끼리 작가 (kkhcop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