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강 팀장! 오늘 저녁 직원들하고 대포나 한잔하지?’ ‘...’ ‘오늘 저녁요?’
강 팀장은 수사과장의 갑작스러운 회식 제의에 다소 놀라는 표정이었다.
‘왜?’ ‘선약 있어?’ ‘아니요! 선약은 없습니다만...’ ‘연일 되는 수고에 내가 직원들 밥한 끼 사주려는 것이니, 시간 되는 직원들도 다 참석하라 해….’
‘뭔 일이래?’ ‘매일 사건 조기에 해결 못한다고 윽박지르던 사람이... 회식이라고?’
강 팀장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수사과장의 나릇 나릇 한 목소리를 실로 오랜만에 들었다. 수사과장을 비롯하여 형사계 직원들은 읍내 모텔이 있는 삼거리 조개구이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여러분들! 사건 발생 이후 여러분들의 노고가 많습니다.’ ‘비록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베테랑 형사들인 여러분들이 꼭 조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오늘은 그런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이니, 편히들 많이 들기 바랍니다.’ 수사과장은 앉아있던 형사계 직원들에게 위로의 말과 격려의 말을 전하며 술잔을 들었다. ‘참! 한 가지 여러분들에게 공지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치안본부에서 연말 강, 절도 예방 검거기간에 맞춰, 주요 사건을 해결한 경찰서는 단체표창, 개인에게는 특진의 영광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사과장의 특진 이야기가 나오자 형사계 직원들 사이에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모두 강 팀장을 응시했다. 강 팀장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형사로, 동기들에 비해 진급이 많이 늦어서 사무실내에서는 천덕꾸러기였다.
형사계 업무의 특성상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고, 팀원들이 일심동체 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면 암묵적으로 선임들을 밀어주는 관행이 있었다.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이는 누구보다도 강 팀장이었다. 강 팀장은 잘 달궈진 숯통 위에 전복과 키조개 관자를 두 점씩 구웠다. 숯불에 부채질을 해서 빠르게 구워내는 강 팀장의 모습이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강 팀장은 수사과장의 접시 위에 전복한 점과 잘 구워진 관자 한 점을 놓았다. ‘한잔하시죠?’ 강 팀장이 수사과장에게 술잔을 공손히 내밀었다.
수사과장이 연이어 술을 따라주자, 강 팀장은 단번에 마시고 재빨리 수사과장에게 잔을 돌려주었다. 빈속에 연거푸 술을 마셔서인지 금세 취기가 돌았다.
‘과장님! 이제 수사는 중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신원이 확인되었으니, 주변인 인물을 토대로 탐문수사 등 본격적으로 수사에 임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이번 강 팀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서장님도 노심초사하고 있고, 내가 자네에 대해 통 크게 이야기해놓았으니, 잘해봐!’
강 팀장은 수사과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강 팀장은 엎드려서도 생각하고, 앉아서도 생각하고, 누워서도 생각하며, 범인을 잡을 궁리만 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리면 느지막이 일 계급 특진의 서광이 비칠 것 같은 기대감이 일었다. 뜻밖에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만 같았다.
- 15장 (출간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