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소설)

by 코끼리 작가

미스 윤은 피로가 누적된 탓에 초췌해진 모습의 강 팀장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강 팀장의 팔꿈치에 풍만한 가슴을 들이대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굶주린 사자에게 먹잇감이 되어주듯, 강 팀장의 입술을 포개더니, 혀를 내밀었다. 혓바닥이 실핏줄을 핥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강 팀장의 몸뚱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강 팀장은 미스 윤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만 원짜리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나, 가야 된다!’ 강 팀장은 다방 주차장 앞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 승차하여 시동을 걸었다.‘우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강 형사의 자동차에 올라탄 미스 윤이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인간의 더러운 기억들을 흘려보내는 하수도 같은 건 없다. 있다면 망각 같은 것, 정도겠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니코틴은 그녀의 날카로운 신경을 누그러뜨렸다. ‘한번 자줄까? 강 형사님이 원하는 게 그거라면...?’

강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미스 윤은 자신이 본능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수십 킬로의 지표를 뚫고 땅속 깊은 곳의 흔들림을 감지해내는 지진 탐지기처럼 제 감각은 예리하고 정확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강 팀장의 차가운 표정을 보자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남자 새끼들 원하는 건 다 그거잖아?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니야? 미스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강 팀장은 부담스러워졌다. 미스 윤을 잠시 바라보던 강 팀장은 안동시내 한적한 여관으로 차를 몰았다. 여관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불을 꼈다. 방안은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다. 앞 건물 창밖으로 새어 나온 불빛이 강 팀장과 미스윤의 얼굴로 향했다. 강 팀장은 마치 빛의 그물에 사로잡힌 한 마리 들짐슴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도망쳐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다리는 움직일 기세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섹스는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여관이라는 장소 때문에 이미 마음이 풀어져 버렸고, 하룻밤 상대라는 부담 없는 존재로 여관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서로의 몸을 탐하던 뜨거운 손길과 혀로 몸 구석구석을 음미하며 느껴지던 그녀와의 접촉... 기억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대신 느낌은 더욱 생생해진다. 그날 밤 느꼈던 그녀의 살결과 향기, 뜨거운 숨결들이 문득 요 몇 달 사이에 경험했던 섹스 중 가장 자극적인 것이었다.

그녀 역시 그날의 느낌을 잊지 못한 것 같았다. 서로가 나누었던 섹스를 떠올리면서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도 굶주린 숯놈이 암놈을 위해 미친 듯이 교합을 또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었다.


- 14장 -


' 코끼리 작가 (kkhcop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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