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by 코끼리 작가

이불을 겹겹으로 깔고 고단한 몸을 좀 붙이려는 순간, ‘엄 씨! 왔어?’‘왔으면 왔다는 인기척이라도 내야지?’ 집주인인 김태우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엄세호를 불렀다. ‘내가 집 들어오는데, 보고까지 하면서 들어와야 합니까? 거참!’ 엄세호는 순간 늙은 할아범, 할망구가 쭈글쭈글한 살을 맞대며 육체의 향연을 즐겼던걸.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이리로 나오시게나.…. 담배나 한 대 하시더.’

김태우는 은밀히 부부 애정행각을 한 사실을 알든, 모르든 태연한 척 이야기하였다. ‘요즘 공사장 일은 좀 어떤가?’‘요즘요?’‘일거리도 없고 그나마 일거리가 있어도 현장에 나가면 시다를 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든 일을 시키는지, 내가 제명에 못 살 것 같습니다.’ 김태우는 세입자로 살고 있는 엄세호가 적지도 않은 나이에 공사현장에 일을 나가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나마 그일 이라도 안 하면 밀린 월세도 못 낼까 봐 걱정이었다.

‘참, 제가 다음 달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낍니다. 그때 보증금 준비 좀 해주세.

보증금을 받아야 집을 구할 수 있으니요.’‘아니, 김 씨! 갑자기 이사를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인겨? ’ 김태우는 세 들어 사는 엄세호가 그간 군소리 한번 안 하고 문제없이 집에서 잘 지내 왔는데, 갑자기 이사를 간다 하니 놀라는 기색이 영력 했다.

‘영감님도 잘 아시다시피, 내가 이곳에서 오래 살았고, 대구에 처, 자식이 있는데, 한번 보러 갈려면 거리가 멀어 힘들었어요.’‘특히, 이 집이 너무 후미진 곳에 있어 일하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음산한 기운도 느껴지고 해서, 고마 이래저래 고민 좀 하다가 이야기드린 겁니다.’‘아니 그래도 그렇지! 당장 이사를 간다고 하면, 내더러 돈을 어떻게 구하라 카닝겨? 어느 정도 말미를 주어야지, 급전이라도 구해오재?’

김태우는 화가 난 투로 엄세호에게 말을 이어갔다. ‘엄 씨도 알다시피, 우리 노인네 내외가 돈 있으면 병원비에, 생활비에 이래저래 쓰게 되고, 금방 탈탈 털어서 사용하고 나면 가진 게 없는 것 잘 알잖아?’‘영감님! 그건 영감님 사정이고, 세입자가 나간다 카는데 당연히 보증금을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엄세호는 김태우가 자기 사정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못마땅한 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못줘!!!’‘당신이 알아서 해!’‘이사를 가든, 눌러앉듯…. 난 아무튼 돈 없으니, 그리 아시오.’ “뭐요? 당신 참말로 이 칼레?” 엄세호는 김태우의 막무가내씩 언사에 분노가 치밀었다.‘아무튼 다음 달 난 이사 갈 테니, 그때까지 돈 준비하라니까!’‘내 안 그러면 험한 꼴 당할 테니. 그리 알고 있어요!’‘뭐? 험할 꼴?’‘나이 어린놈이 뚫린 게 입이라고, 어디다 대고 함부로 지껄이고 있어?’ 김태우는 상기된 얼굴로 당장이라도 엄세호의 얼굴을 한방이라도 날릴 듯 한 기세로 눈을 부릅뜨고 눈동자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었다.


- 2장 -


- by:코끼리 작가(kkhcops@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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