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김태우!’‘일어나 봐.’그 무시무시한 독사 교관이었다.‘와 그러는가?’
‘어, 잠깐 내방으로 와봐.’ 태우는 부스스 눈을 비비며, 독사 교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안은 희미한 백열등이 하나 켜져 있었고 다 쓰러져 가는 책상 위에는 막걸리와 김치, 그리고 담배 한 개비가 놓여 있었다. ‘내를 부른 이유가 뭡니꺼?….’‘일단 의자에 앉아봐. 천장 안 무너지니!’ 독사 교관은 태우를 부른 이유는 이야기하지 않고 좁은 책상 앞에 마주 앉았다. ‘자 한 사발 받아.’ 독사 교관은 태우에게 막걸리를 따른 사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발에도 막걸리를 한잔 따르더니 ‘자, 지금부터 편하게 마시자고….’ 태우는 독사 교관이 따라준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켰다. 오래간만에 마신 막걸리가 위를 급하게 타고 내려가더니 오장육부를 단번에 씻어내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났다.
독사 교관은 담배를 한 개비 물고는 성냥불을 댕겼다.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천장을 향해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이내 책상 위에 놓여있던 담배 한 개비와 작고 각진 네모난 성냥갑을 태우 앞으로 던졌다. ‘자네도 한데 피워?’ 태우는 독사 교관이 준 담배 한 개비를 주워 입에 물고는 성냥에 불을 붙여 길게 연기를 들이마셨다.
실로 오랜만에 피워보는 담배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며, 헛기침이 나왔다.
방안은 담배연기로 이내 자욱이 번졌다. ‘자네에게 오늘 할 말이 있어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네.’‘예? 저한테 예? 무슨 할 말이요?’‘자네, 여기 끌러 온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왜 끌려 왔는지 모를 테고?...’ 태우는 독사 교관의 물음에 대답 없이 한참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로 여기 삼청교육대에 끌려온 사람 중에 사회에서 쓰레기로 낙인찍힌 애들도 많고, 애석하게도 여기 끌려올 정도의 잘못이 없는데도 끌려온 애들도 있을 테고….’‘이렇듯 저렇듯 우리는 국가의 명에 의해 일정 수준의 머리수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부득불 자의적인 판단하에 삼청교육대로 끌고 온 사람이 많다네. 자네도 그중 한 명이고….’‘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거?’ 태우는 독사 교관이 하고 있는 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였다.‘내가 삼청교육대로 입소한 애들 중에 훈련을 시키면서 유심히 일거수일투족을 보았는데, 자네는 그중 독보적인 존재였어!.’
‘다시 말해, 삼청교육대에 들어와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병신이 되거나, 심지어는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자네는 아무리 힘든 훈련일지라도 다 견뎌내고, 그런 훈련을 마치 즐기고 있는 듯 느껴졌어. 그리고 자네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것도 먹여 삼킬 듯 한 분노에 찬 눈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섬뜩섬뜩할 정도였어!’ 독사 교관은 담배 한대를 더 입에 물고는 말을 이어갔다.
- 5장 -
- by:코끼리 작가(kkhcop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