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 100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by 코끼리 작가

‘자. 대원 여러분들! 오늘 고생 많았다. 교관들이 잘 가르쳐 주어, 멧돼지를 죽이는 법부터 사체를 절단하는 것 까지, 임무를 잘 완수해 주어 오늘 훈련의 성과가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앞으로도 이런 훈련은 연습이 곧 실전이라 생각해주고, 철저히 임해주기 바란다.’ ‘자! 고생했고…. 약속한 대로, 저녁식사는 잡아온 멧돼지와 술을 제공하겠으니, 맘껏 먹어라!.’ 장 선임 하사관의 훈련 마무리 격려사가 끝나자마자, 모든 대원들은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식당에는 숯불과 철판이 각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조리 병들은 분주하게 숯을 넣고 잡아온 멧돼지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서 철판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멧돼지가 노르스름하게 익어갔다.

이 교관은 사발에다 술을 따르더니, 태우에게 한잔 권하였다.

‘오늘 고생 많았다!’‘어때? 훈련... 할만했나?’‘아, 예, 그런대로 할 만했습니다. 그런데, 멧돼지를 잡아서 사체를 절단하는 이런 훈련이 굳이 필요한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태우의 질문에 이 교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사발에 담긴 술잔을 한 번에 비웠다.

‘자네는 지금 전시 중에 국가의 특명을 대기하고 있는 군인일세!’‘훈련이라는 것은 그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실전 같은 준비이고….’‘만약, 자네가 국가의 명령이 떨어져 반정부 주요 인사의 목을 따오라고 하면, 그 목을 어떻게 들고 올 거야?’ ‘시체를 고스란히 통째로 들고 올 거야?’‘결국 시체를 절단하여 포대자루에 싸서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야?’ 뭐 말하자면, 그런 것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보면 될 거야.’ 태우는 이 교관의 말을 듣고 보니, 약간은 이해가 되는 듯했다.

‘자, 지금부터 마음껏 마시자!’‘오늘은 피 본 날이잖아?’‘의사도 수술을 하고 나면 환자의 피를 봤기 때문에 그날은 정신이 갈 때까지 술을 마신다잖아?’‘우리도 오늘 피를 봤으니, 술독에 잠길 정도로 술을 마셔야지? 푸후 훗...’ 태우는 사발에 담긴 술을 마시며, 철판 위에 놓인 멧돼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잘 익은 멧돼지 고기가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 13장(출간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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