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김태우는 하루도 거르는 일 없이 동네 노인정을 찾았다.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말이다. 노인정에는 고만고만한 노인들이 모여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김태우가 들어서자 노인들이 경계된 표정으로 김태우를 쳐다보았다.
‘오늘 돈 좀 많이들 땄습니까?’‘땄으면 딴사람이 개평도 좀 주고, 막걸리도 한잔 받아 오고 해야지?’ 김태우는 노인정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도 판에 끼워달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노인정에서도 가장 고령이신 황 씨 영감이 이내 김태우를 보고는 못마땅한 듯이 이야기하였다. ‘오늘 자네 또 여기서 행패 부리고 그러면 이제 이 노인정에는 출입금지야!’‘재미 삼아하는 고스톱을 그깟 돈 좀 잃었다고 훼방이나 놓고, 성질난다고 같이 있는 영감들을 패고, 상다리를 엎어버리고, 그러면 다시는 여기 발 들여놓지 못하게 할 테니….’
황 씨 영감은 평소 노인정에 와서 자주 행패를 부리고, 판에 들어와 돈을 잃기라도 하는 날이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자기보다 나이 어린 노인들을 괴롭히는 김태우에게 한마디 거들었다. 옆에 있던 동갑내기인 박 씨 영감도‘자네가 나이가 올해 몇 살이야?’‘그렇게 혈기가 있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나이 값을 해야지?
내일모레면 80대 중반인데….’‘와카능겨? 이젠 그만 좀 합시다!’‘다시는 소란 안 피울 테니….’ 김태우는 자신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말은 끊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동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더러운 성깔이 언제 또 도질지 걱정이었다. ‘자, 그러면 내도 한판 낍시다.’ 김태우는 자신보다 두어 살 어린 송 씨 영감을 밀어 내고는 자리에 앉아서 패를 잡았다. 패가 돌아가고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패를 만지작 거리며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김태우가 던지는 화투 장마다 짝짝 소리를 내며 패가 잘 들어붙었다.‘원고….’‘투고….’ 김태우는 투고를 외치며 몇 장 남지 않은 화투장을 들고 상대편 영감들을 매의 눈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화투가 마무리되어갈 즈음,‘쓰리고’를 외쳤다. 김태우의 쓰리고 소리에 모두가 기가 죽었다.
‘오! 지송 합니다. 형님들!’‘불쑥 불청객이 와서, 화투판에 끼어가지고 첫판을 모조리 쓸어가 버렸네요.’‘다음 판부터는 살살할게요. 하하….’ 다시 화투패가 돌려졌다.
또다시 김태우의 패가 짝짝 붙기 시작했다. 패가 붙는 소리가 마치 사람의 볼때기를 손바닥으로 때릴 때‘찰싹’하고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 15장(출간 예정) -